ADVERTISEMENT

<이것이세계축구다>14.명감독 활용 못하는 亞洲國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4개월전 월드컵 예선이 끝난후 사우디아라비아는 브라질 출신 감독 호세 칸디도를 해임시키고 베나카를 영입했다.그러나 그 역시 지난달 국왕에 의해 전격 해임되었다.
네덜란드 출신인 그는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타감독이다.16강 진출을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같은 조에 속한 네덜란드.벨기에를 잡기 위해 이들 국가를 잘 아는 그를 택했던 것같다. 공식적인 해임 이유는 그의 지도방식이 선수들에게 맞지않다는 것이지만 2월에 가진 두차례 평가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콜롬비아와 1무1패를 기록,이 역시 석연치 않다.
콜롬비아가 지역예선에서 아르헨티나를 2-1,5-0으로 꺾은 유력한 월드컵 우승후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해임 이유가 그다지설득력이 없다.
나는 지난 겨울 베나카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독이 되었을 때부터 아주 관심있게 그를 지켜보았다.토틀사커로 네덜란드 축구를 세계에 알린 명장 리누스 미셸감독 밑에서 그는 코치로,나는 선수로 함께 한 경험이 있어서 가까운 사이다.
베나카감독은 90년 이탈리아 월드컵때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이었고 세계적 명문클럽인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를 3년동안 맡아 세번 우승한 유명한 감독이다.그러나 그는 냉정한 승부세계의 감독답지 않게 매우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사교적이다.또 유럽사람답지않게 축구협회나 미셸감독에게 아첨(?)도 썩 잘했다.그래서 나는 그가 아시아지역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믿었고 또 그의 성공을 기대했던 것이다.
나는 베나카 이전에 중국 대표팀 감독이었던 슐라프너에게도 똑같은 기대를 했던 적이 있다.내가 처음 다름슈타트팀에 갔을 때코치였던 그는 아주 뛰어난 지도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2부리그를 맴돌던 만하임팀을 맡아서 뚝심과 의리로 팀웍을 다져 1부리그에 진출했다.
그래서 나는 중국에서도 잘 할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그러나 그 역시 실패했다.물론 북한팀을 맡았던 헝가리 출신 체르나이감독은 분데스리가시절 별명이 실크 스카프였던 것처럼 너무 대가 약해 어려우리라고 짐작했지만 베나카나 슐라프너는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외국인 감독의 영입.축구 후진국으로선 어쩔수 없는 방편일수도있다.그러나 아시아지역에서는 성공한 예가 없다.그것은 그의 것을 배우겠다는 자세보다 그가 우리식으로 가르쳐주고 변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축구감독은 축구전문가다.세계적인 감독을 데려오면서 그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시간과 돈의 낭비일 뿐이다.독일은 한국으로부터 배구감독. 유도사범을 수입해 국가대표감독으로 활용(?)하면서 배구.유도의 강국이 되었다.
세계적인 감독을 데려오기 이전에 어떻게 활용하는가부터 배워야한다.데려다 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 자신도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