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人夫는 파리목숨 입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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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건설공사장에서 조금만 일해보면 언제든지 대형사고가 날 위험이 도사리고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그런데도 윗사람들은 공기를 맞추는데만 급급하고 인부들의 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8일 오후11시 서울암사동 강동성모병원영안실.이날 오후 고덕동빗물펌프장 신축공사장 천장 붕괴사고로 숨진 李相德씨(36)와 金英萬씨(38)의 빈소에 동료인부 20여명이 모여 저마다 울분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들은 관청이 발주,하청.재하청을 맡기는 과정에서 책임소재가불분명해지고 철저하게 규정을 지켜야할 감리.감독은 오히려 소홀해지는 일을 숱하게 보아 왔다고 말했다.
『도대체 관급공사에서 이렇게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까.평소에 관리감독만 규정에 맞게 제대로 했더라도 이런 일은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동료인부 朴모씨(40)는『지난해 4월 공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0여개월동안 감독관이 나와 현장곳곳을 제대로 확인하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며『이번 사고도 결국 예견된 사고인 셈』이라고 말했다.
『안전모도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한 공사일을 하는 인부들의 목숨은 언제 어떤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파리목숨』이라며 자조하는 인부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보였다.
〈金芳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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