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투데이

베이징 올림픽과 중국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베이징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인들은 그동안 열정과 자부심을 갖고 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그들은 ‘떠오르는 중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를 기원한다. 중국 정부는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호텔·교통·통신·경기장과 같은 인프라시설을 수준급으로 완비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를 감동시키고 국가 역량의 우수성을 보여주려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외국인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대대적인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다.

메달 경쟁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보다 많은 금메달을 따내 종합순위 1위에 오르기를 열망하고 있다. 냉전 시절 올림픽 경기는 동서 간의 대결이었다. 소련과 미국은 경기장에서 이념 대결을 펼쳤다. 스포츠에서의 승리가 정치적인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은 스포츠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의 가장 큰 호적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이 다르푸르 인종학살 사태의 책임이 있는 수단 정부를 지지하는 데 항의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제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올림픽 개최지가 베이징으로 결정된 2001년 중국의 인권침해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인권운동가들은 베이징 올림픽을 1936년 베를린 올림픽과 비교했다. 그러나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히틀러는 웅장한 새 경기장에서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이 장면은 독일 바깥의 여론에 악영향을 주었다. 당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나치 정권의 실체를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가 4개의 금메달을 따내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논리에 큰 타격을 입었다.

올림픽은 월드컵 축구 다음으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보는 스포츠 이벤트다. 오늘날의 국제관계에서 여론은 70년 전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요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보이콧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편리한 발상일 수 있다. 쉽게 도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보이콧이 중국 국민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 베이징의 국제적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선 우리는 중국이 이러한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보다 지금은 정부의 정책이 더욱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와 물질적 편리함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마오 시대의 중국보다는 오늘날의 중국에 사는 것이 더욱 쉽고 좋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다른 세계와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은 자신을 드러내 보여야 하는 이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칫 국가의 정책을 국제적으로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대규모 이벤트는 외국의 수많은 언론인과 관광객을 불러들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권의 잘못된 행동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올림픽 유치는 베이징의 국내·국제 정책을 온건한 방향으로 이끌도록 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로 중국은 국제사회와의 통합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이것만으로 중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로 발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보이콧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중국 내 민주 세력과 인권운동가들도 국제사회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관계 전략문제연구소장

정리=한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