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설사등 물로 다스린다-생리작용 촉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물을 많이 드세요.』 요즘 유행하는 환절기 감기환자에게 의사들이 슬쩍 흘리는 얘기중 하나다.그러나 자칫 소홀하기 쉬운 이 말 한마디속에 감기치료의 비결이 들어있음을 아는 이는 드물다. 감기란 바이러스가 침입해 호흡기계통에 염증을 일으켜 기침.가래.콧물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따라서 염증때문에 빨갛게붓고 헐어있는 감기환자의 코와 기관지를 배려하기 위해선 평소보다 많은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성인 한사람이 숨을 내쉴 때 잃게되는 수분량은 하루 4백㎖정도다.감기를 앓게되면 열이나고 신진대사가 항진돼 수분손실은 더욱 커지게되며 호흡기 점막은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건조해져 염증이 더욱 악화된다는 것.
따라서 목이 따갑고 아플때 끓는 주전 자의 김을 코에 쐬는 민간요법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물 한잔이 때론 백가지 처방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이른바 水治요법은 물의 특별한 생리작용에서 비롯된다.체중의 60%를 이루는 물은 비록 아무런 영양소는 없지만 생체내 모든 화학작용을 촉매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비열 또한 높아 열을 흡수하는작용까지한다.물은 아무리 많이 마셔도 콩팥에서 거뜬히 처리해 오줌으로 배설하므로 감기환자는 수시로 한두컵씩 마시는 것이 좋다는 것.다만 식사직후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위액을 묽게해 소화에 지장을 주므로 피해야한다.
수치요법은 감기환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설사나 구토의경우에도 가장 좋은 치료법은 소금이 조금 섞인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실제 급성설사로 수분손실이 심한 콜레라환자의 치료 역시 약보다는 물을 링게르로 공급해주는 것이라는 것.과음후 숙취회복에도 물이 권장된다.알콜이 배설되면서 체내수분마저 오줌으로 끌어내는 작용을 하므로 술을 마시면 오줌이 잦고 수분결핍상태가 된다는 것.따라서 술에서 빨리 깨고 덜 취하는 가장 좋은방법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물은 항암제 해독작용도 있다.병원에서 항암제치료전에 미리 링게르로 충분한 양의 수분을 공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洪慧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