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장 로비움직임에 전격 소환/농협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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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직선 농·수·축협회장 모두 “법망에”
대검 중앙수사부에 소환된 한호선 농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은 5일 0시30분쯤 농협중앙회 간부와 변호사 등 4명과 함께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한 회장은 보도진에 『검찰의 출도요청이 있어 나왔을 뿐 비자금 조성 혐의는 금시초문』이라고 자신에 대한 혐의사실을 부인했으나 목소리는 이미 힘이 없어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느낌이었다.
○…대검 중수부는 그동안의 내사결과를 근거로 당초 5일중 한 회장을 소환할 계획이었으나 공군 참모총장의 헬기사고를 의식,다음주 초로 소환을 연기키로 했다가 또다시 5일 새벽 소환하는 등 몇차례 수사일정을 조정했다는 후문.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공군 참모총장 헬기사고로 사회분위기가 뒤숭숭한 마당에 한 회장의 구속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어 수사를 늦출 생각이었으나 수사착수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소 마당발로 알려진 한 회장측의 로비 움직임이 포착돼 당초 계획대로 소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주부터 주임 검사인 황성진 중수1과장이 내사해오다 4일부터는 중수2,3과 수사관을 총동원해 한 회장 예금계좌를 압수·수색하는가 하면 농협지부장 등 관련자를 조사하는 등 수사에 급피치를 올렸었다.
○…한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로 90년 실시된 초대 농·수·축협 회장선거에서 당선된 회장들이 모두 구속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90년 4월 첫 직선제 회장이 된 홍종문 수협회장은 두달뒤 선거과정에서 조합장 등 11명에게 5천1백만원을 주는 등 선거부정을 저지른 혐의(수산업협동조합법 위반)로 구속됐었다. 또 축협의 초대 직선제 회장이었던 명의식씨(60)도 93년 5월 인사와 건설공사 발주를 둘러싸고 9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한편 김태정 중수부장은 5일 『농협 중앙회가 지난해 2백억원의 흑자를 내고도 농업발전 기금으로 1억6천만원만 적립했다』면서 『이는 자신의 횡령혐의 자금규모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농협회장 재선을 막기위한 「표적수사설」을 일축.<권영민·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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