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환수」 찬바람… 증시 “꽁꽁”/열흘새 70P하락(증권풍향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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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투자심리 위축… 기관 매수도 끊겨
증시가 호재·주도주·주도세력 부재의 「3부현상」 속에서 허덕거리고 있다.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열흘동안 70포인트가 빠져 9백선 밑으로 내려갔고(4일),주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지고 있는 거래량도 열흘째 2천만주대의 저조한 양에 머무르고 있다.
증시 안팎으로 투자심리를 부추길만한 호재도 없고,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의 활발했던 매수세도 끊어졌으며 기대를 걸어볼만한 주식도 마땅찮다.
지난해 가을이후 「잘 나가던」 증시가 이처럼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최근 물가 불안에 따른 통화 관리의 강화와 실세 금리의 오름세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증시의 활황은 금융실명제 이후 시중에 돈이 넉넉히 풀리고,그 돈이 갈 곳이 증시외에는 마땅찮았다는 점에 주로 힘입은 것이었는데 우려했던대로 당국이 물가불안을 이유로 통화를 죄어들어가자 「에너지 공급원」이 차단된 증시도 찬바람을 맞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특히 통화당국이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급격한 통화환수에 착수함으로써 투자심리를 정도 이상으로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콜금리 등 금리가 치솟으면서 증시의 거대 매수세력이었던 금융기관들이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 단기운용쪽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그동안 급등 증시를 진정시키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에 위탁증거금을 부과하고 동일종목 보유한도를 축소하는 등 이들의 「손발을 묶는」 각종 조치를 취한 바 있어 증시내 기관들의 운신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여건이 단기간 내에 개선될 것 같지 않은데다 예탁금 회전율,거래량 회전율 등 각종 기술적 지표도 아직 주가가 바닥권에 이르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가 8백60∼8백80선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많다고 보고 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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