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이 무대… 음악은 힙합… ‘파격 발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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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체돼 있다간 클래식 발레는 결국 박물관으로 가게 됩니다. 현대적 감성을 집어넣어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죠.”
 
발레를 엄숙한 공연장이 아닌 시끌벅적한 클럽에서 한단다. 음악은 힙합이며, 객석은 따로 구분 없이 스탠딩으로 진행된다. 모든 게 파격과 실험이다. 바로 조기숙(48·이대 무용과 교수·사진)씨의 ‘뉴 발레-춤놀이’ 공연이다.

새로운 발레를 표방하고 있는 이 공연은 24일 오후 7시 서울 홍대 앞 클럽 M2에 올라간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욕망이 꿈틀거리는 홍대 앞은 특히 금요일 저녁이 가장 뜨겁다. 게다가 이 클럽은 소위 물 좋기로 소문난, 그래서 요즘 가장 트렌디한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조씨는 “박제화되고 갇혀 있기보단, 동시대적 젊은 감성과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싶어” 이곳에서 과감히 발레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

동작 역시 새롭다. 몸을 고정시켜 안정되게 회전하기보단 다소 거침없이 움직인다. 13명의 출연진은 수석-솔리스트-군무 등의 단계적 서열이 없다. 주인공과 엑스트라라는 구분을 거부한 것이다. 발레의 꽃인 남녀 2인무는 오히려 힙합 댄서와 발레리나의 듀엣으로 대체된다.

작곡은 드러머이자 DJ로 유명한 남궁연(40)씨가 맡았다. 총 60분으로 구성된 음악은 1장은 미니멀한 테크노 사운드로, 2장은 무성 영화를 보듯 고전적 느낌을 주다 3장에선 한국적 리듬이 강하게 뿜어 나온다. 모든 건 현장의 라이브로 진행된다. 공연이 끝난 뒤엔 관객과 출연진이 함께 섞여 춤을 춘단다. 정장 빼입고 우아하게 즐기는 발레는 분명 아니다.

조씨는 “쥐어짜는 스토리도 없고, 거대 담론이나 관념을 말하지 않는다. 무용수들의 몸에서 나오는 다양한 움직임을 그저 보여줄 뿐이다. 그 몸에 그들의 철학·사상·내공이 다 스며 들어 있고, 관객은 그걸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발레 혁신을 가져다 줄지, 아니면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에 머무를지는 아직 예측불허다. 그러나 그의 도전이 신선한 자극이 될 것임은 분명하지 않을까. 02-3277-2572.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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