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기」 급급한 율곡사업/일부계획 지연돼 부작용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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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팬텀기·구축함등 전력증강 차질/위약금 물고 계약파기 “국고낭비”
율곡사업중 일부가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추진으로 도중에 무산되거나 지연돼 군전력 및 국고손실 등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이는 율곡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국방부가 감사원 등 외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정작 필요한 정책결정까지도 미루는 등 몸사리기에만 급급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은 ▲공군 팬텀기 성능개량사업(KPU) ▲한국형 구축함(KDX)의 지휘·통제시스팀 선정사업 ▲공군 초등훈련기사업 ▲육군 비호(대공자주포)사업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국내 방산업 육성 및 활성화 측면에서 업계로부터 강한 비난과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KPU사업.
구형 팬텀기에 첨단 전자정비를 장착,최신예 전투기로 성능을 개량하는 이 사업은 일본·독일 등이 이를 통해 군전력을 증강시키고 있는 점에 착안해 92년 12월 대통령 결재를 받아 확정,추진해왔다.
주계약업체인 삼성항공은 미 항공전자 전문업체인 로크웰사와 공동으로 3억달러 규모의 KPU 사업계약을 국방부와 체결,레이다 장비 등 성능개량을 추진해오다 최근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중단했다.
국방부는 현재 율곡사업 재특감 대상에 포함된 사업에 대해 당초 95년 6월까지로 돼있는 계약기간을 어기고 지난해 5월 계약집행 잠정중지 지시를 내린후 최근 계약의 완전파기를 통고했다.
이같은 결정은 삼성과 계약 당시 미 로크웰사가 약속했던 기술이전이 미정부의 해외기술이전 제한으로 벽에 부닥쳐 더이상 사업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측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으나 사업추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며 『국방부의 일방적 계약 파기는 성능개량보다는 신형항공기 완제품을 도입하려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산업계도 『국내 항공산업 발전과 국제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KPU 계약파기 계획은 당장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측은 『국방부가 계약파기에 따른 40억원의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하지만 기업으로서의 국제신뢰도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성능개량 대신 공군이 도입하려는 영국제 고등훈련기 호크기는 필요한 전자교란장비 등을 장착하기 위해 2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완성장비만 선호하면 예산낭비는 물론 방산업체의 기술적 곤란으로 자주국방을 어렵게 한다고 국방부의 정책부재를 비난하고 있다.
KDX의 지휘·통제시스팀은 97년부터 배치,2000년대 한국 해군의 주력함정이 될 한국형 구축함의 각종 무기 등을 통제하는 두뇌와도 같은 것으로 대당 가격은 4백여억원.
작년 6월 무기체계 획득심의위에서 독일제 COSYS200K­1과 영국제 SSCS MK­7 등을 놓고 표결한 결과 독일제가 선정됐다.
그러나 일부에서 결과에 대한 의혹이 일면서 권영해 전 국방장관의 지시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 아직까지 기종선정도 못한 상태다.
해군측은 이미 선체 건조가 시작됐고 다른 주요장비의 선정이 끝난 상태에서 유독 이 장비 선정만 늦어지고 있어 한국형 구축함을 계획연도에 실전배치하는 문제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약 1억달러 규모의 초등훈련기를 도입,기존의 낡은 기종을 대체하려는 초등훈련기 사업도 영국제 투카노와 스위스제 PC­9중 어느쪽을 선정할지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공군은 내년부터 초등훈련기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 훈련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85년에 착수된 비호사업은 10년 가까이 끌어오는 동안 전면 보류 등 우여곡절끝에 지난해말 성능시비·법적문제 등으로 다시 보류,중단돼 있는 상태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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