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인터넷 10년] 5. 중·고생 사이버 접속 TV보는 시간보다 길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월요일인 19일 아침, 새내기 직장인 박민수(27.서울 마포구 공덕동)씨는 눈을 뜨자마자 인터넷에 접속했다. e-메일을 훑어본 뒤 지난 주말 주문한 DVD 배송 상황을 확인한 그는 출근길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이번 주말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

온라인으로 영화표를 예약한 그는 "게임 같은 취미생활은 물론 컴퓨터 부품 구입, 보고서 자료 검색 등 인터넷이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5년 전인 1999년 영국에서 열린 '인터넷 1백시간 생존 게임'에서 4명의 참가자가 이틀째까지 음식을 구하지 못해 주최 측이 비상식량을 지급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국민 전체의 64%인 2천8백61만명. 이 가운데 85%가 e-메일을 갖고 있으며 32%는 최근 6개월 이내에 온라인 쇼핑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나 실제 만남 없이도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다.

모든 것이 온라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오시이 마모루(押井守)감독의 1995년 작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인공신체 사용이 보편화된 2029년의 미래사회를 그렸다. 뇌까지 전뇌(電腦.전자회로로 대체한 두뇌)로 바꾼 주인공 구사나기는 네크워크에 존재하는 프로그램 '인형사'를 뒤쫓는 과정에서 자신이 '기억마저 프로그램된 모의 인격'이 아닌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1999년 작 '매트릭스'에 이르러서는 아예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세상으로 발전한다.

현실은 어떤가. 2002년 조사에서 중학생의 인터넷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3.1시간, 고등학생은 2.8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2.4시간인 텔레비전 시청 시간보다 길다. 여기에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인간의 네트워크화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유비쿼터스는 '도처에 널려 있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수석연구원은 "유비쿼터스는 주변 사물 자체를 지능화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가상의 상황을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가상현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10년 전 문자와 숫자의 조합으로 이뤄졌던 아이디가 그래픽으로 형상화하는 아바타로 발전했다. 이제는 수백만대씩 보급된 디지털 카메라와 폰카를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직접 네트워크에 올린다.

사이버문화연구소 김양은 소장은 "어릴 때부터 TV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들은 이제 이미지를 '놀이문화'의 중요한 소재로 삼고 있다"며 "이 결과 문자에 대한 표현력과 독해력이 떨어져 개인 간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창우.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