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욱칼럼>갈길은 멀고 시간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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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金泳三정부가 출범한지 곧 1년이 된다.32년만의 文民정부를 맞으면서 당시 우리 국민들은 한결같이 민주정치의 深化,부패 척결과 개혁,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다.1년이란 세월은 金정부의 실적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다만 제대로 방향을 잡았느냐를 가늠할 수는 있을 것이다.
司正과 改革의 태풍이 지난 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金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당면 과제의 첫번째로 부정부패 척결을 제시했다.그에 따라 처음 취한 조치가『정치자금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다짐과 재산공개였다.자발적 재산공개에서 법 적 재산공개로 이어진 이 조치는 致富를 당연시했던 공직사회를 뒤흔드는 메가톤級 위력을 발휘했다.2府의 首長과 국회의원을 포함해 수백명의 고위 공직자가 공직에서 밀려났다.金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장.차관및 각료급 인사들마저 솎아질 수밖 에 없었다.
독립적 位相을 새로 지니게 된 감사원은 청와대와 안기부.軍등그야말로 「聖域없는 감사」를 벌여 司正의 칼날을 세웠다.
金정부 초기의 司正 위주 改革드라이브는「표적 사정」이니「프로그램 없는 개혁」이니 하는 비판도 들었다.그러나 變化의 당위성과 개혁의 端初를 확고히 마련한 점은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金정부의 개혁드라이브는「위로부터의 개혁」이었고 그것은 金대통령의 솔선수범과 도덕적 정당성이 그 動力이었다.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목덜미를 잡아 끌고가는」일방獨走式 성격을 지니지 않을 수 없었다.자연히 정치권과 내각이 정치와 국 정의 前面에서 비켜나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지는 무기력화현상을 빚었다.「人治」니「文民독재」니 하는 어울리지 않는 비판을 낳게 된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지난 1년동안 정치 공작과 탄압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安企部의 位相을 바꾸고,각종규제 완화작업에 착수하고,정치관계법 개정을 제기하는등 정치의 민주적 개혁을 향해서도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그러나 司正회오리에 밀린 정치의 위축과 도덕성 설교로 인한 사회분위기의 경직으로 민주화는 정체하거나 오히려 후퇴한게 아니냐는 느낌을 준 것도 사실이다.초기에는그런 느낌이 특히 강했으나 年末부터 상당히 완화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의 起伏은 경제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司正정국에 이어 금융거래實名制가 도입되던 지난 가을까지 경제계에도 찬바람이 불어 경제 위기가 걱정되는 분위기였다.
그후 국제적 여건이 好轉되기도 했지만 경제와 국가경쟁력 향상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면서 기업의 의욕이 되살아나고,경기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최소한 작년의 심각했던 경기침체 우려에서는벗어나는 양상이다.
이렇게 金정부 1년을 되돌아보면 개혁.민주화.경제활성화란 면에서 각각 偏差는 있지만 최소한 모두 방향은 잡았다고 볼 수 있다.이제는 始動이 걸린 개혁을 法과 제도의 개혁으로 정상화.
제도화하는 작업이 남았다.그러기 위해선 모든 제도 와 관행.정책을 합리화.현실화해 부패의 여지를 제거하는게 중요하다.현재 진행중인 행정규제 완화작업은 국민과 기업의 활동에 거치적거리지않도록 과감하고 철저하게 해야 한다.정치개혁을 위한 법개정도 하루 빨리 매듭지어야 할 일이다.그리 고 무엇보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短期的 인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변화와 개혁의 기틀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갈길이 먼데시간이 별로 없는게 문제다.아직 金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 남았다.그러나 95년 상반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96년 총선거,97년말 대통령선거를 감안하면 개혁의 틀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은금년 밖에 없다.선거를 의식하기 시작하면 정치권.관료집단.각종이해 집단의 반발을 극복하고 중요한 개혁조치를 하기는 어렵다.
특히 정치관계 개혁은 올 추석전에 모두 마무리 짓는 것이 좋다.추석이 지나 지방자치단체장 공 천문제가 거론되고, 선거 분위기가 시작되면 정치적 이해가 걸린 문제는 개혁하기가 어렵게 된다 ***정치改革法 추석前에 그런 의미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치관계법과 행정구역 개편문제는 가급적 이번 임시국회,늦어도 올 여름까지는 개정작업이 끝나야 한다.또 공무원들의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각종 행정규제의 과감한 완화와 행정조직 개편도 올 해 안에는 마무리짓는 게 좋다.앞으로는 공무원의선거 중립을 철저히 한다지만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공무원의 반발을 부를 일을 과연 해낼 수 있겠는가.
〈論說主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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