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보다 경찰이 얄밉다-한국방문의해에 실망한 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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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방문의 해」선전을 보고 우리나라를 찾았었다는 싱가포르 거주 중국계 말레이시아人 추아 키안콕씨(27.엔지니어)는 자신의 한국 방문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금품을 날치기당해 분풀이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그것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의 일처리가「한국방문의 해」팸플릿에 나와 있는 한국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8일내한,서울.경주등 관광지를 두루 돌아본 그는 17일 오전6시쯤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울강남구삼성동 공항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리던중 6백 싱가포르달러(한화 약25만원)와 항공권.여권.카메라등이 든 손가방을 날치기 당했다.
신분증을 보여주며 길잡이가 돼주겠다고 접근한 20대 3명이 순식간에 빼앗아 달아난 것이었다.
그는 곧 서울서초경찰서에 신고했다.다행히 한자를 읽을수 있어신분증을 내밀었던 범인의 이름(鄭朱烈).주소(부산).나이(22세)까지 기억해 적어주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당한 봉변이라 불안하기는 했지만 신고를 정확히 했으므로 곧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애써 자위하며 서울용산구한남동 말레이시아 대사관으로 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 엉뚱하게 제 부주의로 손가방을 분실했다고 바꿔놓은 거예요. 제가 한국말을 모른다고 경찰마저 그렇게 빤히 거짓말을한다면 누구를 믿고 한국에 찾아오겠습니까.』그러나 정작 경찰은이에 대해『예정대로 출국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해 분실신고서를 작성해 주었을 뿐』이라며『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과정에 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둘러댈 뿐 사과 한마디 없었다.
결국 추아 키안콕씨는 2박3일동안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묵다가대사관측이 마련해준 여비로 19일오후 귀국해야했다.
〈金芳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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