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함께보는 판결] 재산분할 때 위자료도 포함할 수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호 13면

부부가 결혼해 재산이 한 푼 두 푼 늘어나면 고생하면서도 고생인 줄 모른다. 부(富)가 계속 축적되면 다행이지만, 모든 일이 계속해서 잘 풀리기란 쉽지 않다. 사업이 잘못돼 살던 집마저 채권자에게 빼앗기고 사글셋방을 전전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설상가상 사업 실패가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채무가 많은 남편이 부인에게 모든 부동산을 증여한 뒤 협의이혼하면 어떻게 될까? 제3자 입장에서는 부부의 정이 두텁다고 남편을 칭찬할 수도 있으나 채권자 입장에서 볼 때는 괘씸하기 짝이 없다. 남편의 재산이 없어짐으로써 빚을 받아내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 남편과 부인이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재산을 빼돌렸다고 결론 내리고 채권자취소권(債權者取消權)을 주장하는 것이 보통이다.

부부가 이혼할 때 남편이 부인에게 넘긴 부동산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채무변제에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부인이 남편에게서 받은 부동산 전체가 사해(詐害)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것인지가 문제다.

이혼할 때 부인의 입장에서는 부부가 함께 살면서 형성한 재산에 대해 자신의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나눠달라고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바로 재산분할청구권이다. 그런데 이혼할 때 받는 돈으로는 재산분할 이외에 위자료가 있다. 위자료는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정신적 손해배상이다. 만일 남편이 평소 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심히 부당한 대우를 했다면 부인은 남편에게 재산분할 이외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채무를 진 남편이 부인에게 전 재산을 이전하고 이혼한 경우 상당한 부분이 재산분할로 인정된다. 대법원은 “재산분할이 민법의 재산분할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재산분할을 구실로 이루어진 재산처분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있어 사해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취소되는 범위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정된다”고 덧붙였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5다73105호).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상당한 정도의’ 재산분할로 봐야 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가지고 있었던 실질상의 공동재산을 청산해 분배함과 동시에 이혼 후에 상대방의 생활 유지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고 전제한 뒤 “분할자의 유책행위에 의해 이혼함으로써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까지 포함해 분할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5다73105호, 2001. 5. 8. 선고 2000다58804호 등). 재산분할에 위자료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