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에 국민들 거부감 포용은 ‘자선’ 아닌 ‘전략’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호 10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은 마지막까지 험악한 전투 장면의 연속이었다. 다름 아닌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의 우리 정치문화 때문이다. 당의 화합을 위해 패자는 승복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은 ‘승자의 아량’을 기다려야 하는 게 보다 현실적인 구도다.

이념과 정책을 중심에 둔 동지 의식이 약한 우리 정당의 경선에서 승패의 영향은 더욱 적나라할 수밖에 없다.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전 총리)는 두 살 연상의 당내 라이벌인 고든 브라운(현 총리)과 ‘당 개혁’ ‘제3의 길’을 위한 사명감으로 의기투합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집권하면 당신이 경제를 맡고, 총리직을 넘겨주겠다”고 했다는 두 당내 경쟁자의 ‘1994년 합의’ 같은 것은 우리 현실에선 요원할 뿐이다.

그런데 승자 독식에 대한 우리 국민의 견제와 저항이 갈수록 강고해지는 흐름은 눈여겨볼 변수다. 의회 권력의 승자였던 한나라당이 2004년 3월 대통령을 탄핵하자 분노한 유권자들은 열린우리당에 총선 몰표를 던졌다. 승리에 취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갈지자걸음을 걷자 2006년 지방선거와 각종 재·보선에선 치명타를 안겨 결국 어제 그 당의 간판을 내리게 했다. 승자 독식만큼이나 냉혹한 반사적 ‘쏠림’이었다.
사회적 흐름도 흥미롭다. 문화계의 절대 강자였던 평론가와 충무로 주류들을 냉소하듯 개그맨 출신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는 동정론 속에 대박 행진을 이어왔다. 학력 위조의 첫 번째 도마에 오른 신정아 교수는 비난을 면치 못했지만, 윤석화씨의 고백에 이르러선 오랜 ‘학벌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과 온정론이 일고 있다.

20일 태어날 한나라당 경선의 승자는 그간 모진 벌을 받아온 범여권과 넉 달간의 일전을 벌여야 한다. 승자가 당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오만이라면 ‘강자 거부감’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화합을 위한 승자의 포용과 양보는 이제 ‘자선’이 아니라 수성(守城)의 ‘전략’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지난 주
15∼16일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 측 ‘도곡동 땅’ 차명재산 의혹 놓고 대충돌=이 후보 “검찰이 협박 말고 다 공개하라”, 박 후보 측 “이 후보는 결코 본선 완주 못할 후보” 라며 후보 사퇴 촉구
18일 북한, 수해 복구 위해 남북 정상회담 10월 초로 연기 요청. 남측의 10월 2~4일 개최 제안에 북측도 합의  
18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 부 장관, 대선출마 공식 선언

▶이번 주
19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실시=19일 오전 6시∼오후 8시까지 전국 248개 투표소에서 실시, 선거인단은 23만1652명, 여론조사는 3개 기관이 오후 1∼8시 실시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전날 실시한 경선 투표 를 낮 12시30분부터 개표, 오후 4시30분에 결과 발표
20일 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 합당 공식 서명해 선관위 신고
20일 민주노동당 경선 권역별 투표 시작 (제주)
21일 천정배-문국현 정책 토론회 (국회 도서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