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후보 4人 경선 직전 단독 인터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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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03면

이명박 후보“내가 압승해야 진 사람도 승복하기 좋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8일 오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시대정신은 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며 “나는 이 두 가지를 실제 해본 사람인 만큼 국민이 신뢰와 지지를 보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반드시 대화합을 이루겠다”며 “경선 과정의 모든 어두운 기억을 지워 버리겠다. 박근혜 후보와 힘을 합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누가 무너져 내린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사람인가”라며 “대통령으로서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결연했다. 하루 종일 선거캠프에 머물며 전국의 선거 상황을 직접 챙겼다. 마음을 풀지 않고 캠프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경선에서 승리하면 박 후보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의하실 건가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박 후보께서 선거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아주시면 더 이상 고마울 수 없습니다. 저는 박 후보에게 진심으로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져도 박 후보와 힘을 합치겠습니까.

“유세를 13번 하는 과정에 후보들이 모두 약속했습니다. 저 자신 앞서서 그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이긴다고 확신합니까.

“각 신문사나 방송사 등 제3자의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때 그렇습니다. (박 후보와의 격차가) 제일 적은 곳이 6%포인트대 아닙니까. 6%포인트에서 15%포인트까지 격차가 나온다고 합니다.”

-될 사람을 압도적으로 밀어줘야 당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압도적으로 이겨야 당이나 국민을 화합시켜 나가는 데 좋고, 진 사람도 승복하기 좋습니다.”

-어젯밤 이 후보 관련 의혹 보도를 짜깁기한 괴문서가 시내에 뿌려졌는데.

“오랫동안 비방과 모함을 받아왔지만, 당의 화합을 위해 참고 견뎠습니다. 하루를 못 견디겠습니까?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교 반장 선거에도 그렇게 안 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그런 모함이나 비방 등 부당한 방법을 쓰지 말고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불법 유인물 등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습니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것은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국민과 유권자들은 아무리 음해성 공격을 하더라도 분별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다만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대통령 후보가 되면 한나라당의 집권을 바라는 모든 정치·사회 세력과도 힘을 합치겠다고 하셨는데.

“경선을 하루 앞두고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특히 충청권 정치세력과, 나아가 호남권 정치세력과도 힘을 모아 함께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치열했던 선거전을 마친 심경은.

“상대 후보는 마지막 유세까지 비방하고 음해하는 것을 한번도 빼놓지 않았어요. 당내 경선에서 이런 적은 없었습니다. 상대방을 헐뜯기보다 서로 잘하기 식 경쟁이 돼야 합니다. 정책은 실종되고 네거티브만 부각된 이번 경선은 앞으로 한나라당이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박근혜 후보“시한폭탄 후보 선택하면 천추의 恨 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18일 오전 11시쯤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 나왔다. 노란 상의 차림이었다. 연예인 선우용녀·김혜영씨를 비롯한 지지자 50여 명이 박 후보를 반겼다. 투표를 하루 앞두고 최종 판세 점검을 하는 참모들로부터 “다른 기관에서도 3%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인터뷰는 박 후보의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박 후보는 인터뷰가 끝나자 검은색 투피스로 갈아입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 여사 문상을 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향했다.

-좋은 꿈을 꾸셨나요.

“이상하게 저는 주변사람들이 꿈을 많이 꿔요.”

-판세 분석을 종합할 때 어떤 결과를 예상하시죠.

“수치까지 말씀드릴 수는 없고요. 저는 한나라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애국심과 애당심을 믿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경선 후유증을 염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승리한다면 이명박 후보 쪽 사람들을 포용할 계획이 있나요.

“그분들도 다 우리 당원이에요. 함께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되는 우리 당의 주체로서 힘을 합치는 데 제가 힘을 쏟겠습니다.”

-반대로 질 경우에는 어떨까요.

“지난 13차례의 합동유세에서 매번 선서한 내용입니다.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하나가 돼서 정권교체를 위해 나간다는 것은 지상명령입니다.”

-유권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은.

“19일 투표는 대선으로 가는 더 험난한 여정의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12월 19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당원동지들과 7%였던 당지지율을 50%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이 ‘당원혁명’을 일으켜주면 연말에 정권이 바뀌고 국민을 섬기고 봉사하는 대통령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원협의회(옛 지구당)별로 투표한 게 전혀 나타나지 않으니까 소신껏 투표해주세요.”

-그런 말씀 하시는 것은 상대 후보 측에서 투표와 관련해 부당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네. 그러나 정의가 승리한다는 걸 보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이 후보가 되면 불안한가요.

“우리는 이미 두 번이나 졌습니다. 어떻게 기다려온 10년입니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후보를 선택하면 국민과 당원 모두 10년 통한의 세월을 보내야 합니다. 수많은 의혹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소된 것이 없습니다. 잘못하면 천추의 한을 남기는 거예요.”

-이 후보 비판을 많이 하셨는데.

“후보를 향해서 그러는 게 전혀 아니고, 국민들과의 정권교체 약속을 어겨선 안 된다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더 혹독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그걸 지나가야만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데 정권교체를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되죠. 그걸 가지고 싸운다, 안 된다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겠어요. 아, 미처 그걸 몰랐다, 그러면서 당하면 아무도 책임을 질 수가 없어요. 그땐 땅을 쳐도 소용이 없죠.”

-경선 과정이 힘들었지요.

“저는 뭐 힘든 선거 많이 치렀어요. 대표 시절에도 그랬고 처음 출마할 때는 ‘달성 대첩’이다, 그 뒤에 ‘영천 대첩’이다…. 아예 마음먹고 임했어요. 이게 보통 선거인가요.”

홍준표 후보 “이긴 쪽이 잘해야 경선 이후 당 화합”

“제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18일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에게 경선 기간 동안의 소회를 묻자 그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처음부터 페이스 메이커(마라톤에서 주자들이 일정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수) 역할을 하려고 작정하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대 후보 사이에서 심판 노릇도 하고, 서로 싸우는 걸 감싸주기도 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나라당은 다양성을 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거인단이) 네 후보에게 표를 적절히 분산시켜 줬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홍 후보에게 경선 이후 한나라당이 과연 화합할 수 있을지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게 승자의 태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승자가 패자를 포용하지 않으면 당이 분열될 수밖에 없다”며 “승자가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패자부터 감싸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3선 의원인 홍 후보는 “앞으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를 해나가고 싶다”며 “당의 승리를 위한 길이라면 (경선 이후) 어떤 자리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을 맺었다.

김선하 기자

원희룡 후보 “승자든 패자든 판 깨면 역사의 배신자”

“지금 컨디션 같아서는 한 달만 더 했으면 좋겠는데….”

최연소인 원희룡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8일까지도 목소리에 생기가 넘쳤다. 그는 “참모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다들 기겁하더라”고 말했다. 선거인단에 대한 마지막 부탁이 뭐냐고 묻자 목소리가 달라졌다. “한나라당의 고질병이 바로 대세론”이라며 “모든 것을 강자 중심으로 바라보다 보니 새로운 실험·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희룡 개인이 잘나서 찍어 달라는 게 아니다”며 “한나라당은 참신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경선 이후 당 화합 문제에 대해선 “패자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승자의 약점이 드러나면 판을 뒤집어 후보를 교체하자는 유혹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승자도 저렇게까지 시비를 걸었던 쪽을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유혹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승자든 패자든 판을 깨는 쪽은 역사의 배신자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 압력이 물이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보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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