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분석의 힘, 영국의 스포츠 도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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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16면

대표적인 스포츠 도박 회사인 영국 윌리엄 힐의 인터넷 홈페이지(www.willhill.com) 초기 화면 은 다채로운 스포츠 도박 아이템으로 장식된다.

지난 7월,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발표를 앞두고 영국의 온라인 도박 업체 윌리엄 힐(William Hill)은 강원도 평창이 선정될 확률을 1.5대1로 책정했다. 100원을 걸면 150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경쟁 도시인 소치(4대1)와 잘츠부르크(5대1)를 압도하는 수치. 평창은 소치에 개최권을 내줬지만 윌리엄 힐의 예상은 틀린 게 아니다. 1차 투표에선 평창(38표)이 소치(34표)를 이겼다.

윌리엄 힐은 인터넷 검색사이트 구글에서 영문으로 ‘sports gambling’(스포츠 도박)과 ‘Britain’(영국)이라는 단어를 치면 검색 결과 1위로 등장하는 회사다. 1934년 설립된 윌리엄 힐은 1만3000명의 종업원에 영국에만 2000곳의 도박소를 갖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전화로 내기를 거는 ‘고객’이 45만 명이나 된다. 윌리엄 힐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30만 명에 가까운 도박사들이 애용한다.

큰 스포츠 대회가 열리면 윌리엄 힐이나 래드브록스(Ladbrokes) 같은 도박회사들은 배당률을 정하기 바쁘다. 영국에서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 골프 대회나 윔블던 테니스 대회,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와 유럽에서 열리는 F1 경주, 경마 등이 인기 있다. 도박 대상은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선자, 영국 자유당의 차기 대표를 예상하는 도박도 가능하다.

특정 선수나 팀이 이길 가능성이 크면 배당률이 낮아진다. 타이거 우즈가 2002년 마스터스와 디 오픈을 제패한 뒤 도박사들은 그의 PGA챔피언십 우승 배당을 3대2로 잡았다. 래드브록스가 본 우즈의 올해 PGA 챔피언십 우승 배당률은 2대1. 우즈가 우승했으니 매우 정확한 예측을 한 셈이다. 스포팅오즈(sportingodds.com)는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로저 페더러의 US 오픈 우승 확률을 2대1로 잡았다.

“스포츠 도박은 경기 관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돈이 걸려 있으면 그만큼 경기를 더 열심히 보게 되지 않나. 경기도 즐기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얻는 것이다.”

윌리엄 힐의 홍보담당자 그레이엄 샤프씨의 ‘도박 예찬’이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도박 회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 창출이다. 물론 우리가 손해를 보는 종목도 일부 있겠지만 결국에는 수익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샤프씨는 “회사에는 종목별로 배당률을 정하는 전문가가 있고, 한 사람이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맡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내 최대 축구 베팅 사이트인 수퍼 사커(Super Soccer)의 배당 설정 위원 제리 맥도넬씨는 도박 정보 제공 사이트 펀터스 파라다이스(Punters Paradise)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도박에 관한 책은 읽은 적이 없다”고 했다. 맥도넬씨는 경기를 보고 통계를 분석하면서 지식을 쌓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팀들의 최근 성적과 선수들의 부상 여부”라고 강조했다.

스포츠 도박은 꽤 매력 있어 보이지만 국내 스포츠팬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인터넷 베팅 사이트에서 도박을 할 수 없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김영선 심의 1팀장은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에 국내 법의 영향이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이러한 경로를 통해 도박을 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도 인터넷을 통한 스포츠 도박을 할 수 없다. 지난해 ‘반 인터넷 도박법’(The Unlawful Internet Gambling Act of 2006)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온라인 베팅이 금지되자, 도박 사이트들은 한꺼번에 수많은 고객을 잃었다. 이로 인해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도박 사이트 운영사들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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