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의 ‘DVD 골라드립니다 ’- 마리 앙투아네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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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14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동맹을 위해 14세의 나이에 프랑스 왕세자와 정략 결혼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다룬 작품이다. 기존의 시대극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역사적 인물을 그린 이 작품은 칸 영화제 때부터 찬반 양론에 휩싸였다. 영화가 도마 위에 오른 건 역사에 대한 무책임함 때문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의 해석에 별 관심이 없으며, 프랑스 대혁명의 원인을 제공한 왕실의 타락을 비판적 시선으로 대하지 않는다. 삶의 공허와 권태를 소비와 향락으로 채우려는 듯, 끝없이 케이크를 먹고 옷과 장신구를 모으는 그들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영화는, 앙투아네트가 자신의 운명을 자각하기 직전에 멈춘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성숙하기를 멈춘 소녀의 영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소녀가 숨 쉬는 공기와 소녀가 내뿜는 분위기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 전작 ‘처녀 자살소동’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지만 감상주의의 진한 분홍빛과 쿠키 향은 변하지 않는다. 코폴라는 소녀의 눈을 빌려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우선 그녀의 감성과 소통이 가능할지 점쳐보길 바란다. 선택은 그 다음 일이다.

‘마리 앙투아네트’ DVD의 관건은 소피아 코폴라 스타일을 제대로 재현하는 데 있다. 결과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화려한 시각적 성찬과 쿨한 음악들의 랑데부가 만족을 넘어선다. ‘메이킹 필름’(26분)은 영화의 에센스를 간접적으로 전하는 부록이다. 감독과 배우, 스태프는 물론 『마리 앙투아네트』의 저자 안토니아 프레이저, 감독의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대부’의 감독)까지 등장해 제작과정·주제·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그 외 2개의 삭제장면(4분), 루이 16세 역을 맡은 제이슨 슈왈츠먼의 베르사유 궁전 안내(4분) 등의 부록은 영화만큼이나 가볍다.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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