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영화 비디오 인기-데이브.밥 로버츠.사선에서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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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반 라이트먼이 감독하고 케빈 클라인이 주연을 맡은 『데이브』(SKC)는 최근에 나온 정치영화중 가작으로 꼽을만하다.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사나이 데이브는 현직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대역으로 일하게 된다.대통령이 혼외정사를 벌이던중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자 권력욕에 불타는 비서실장은 데이브를 꼭두각시로 내세우고 실권을 쥐려한다.
그러나 데이브는 국민들에게 호감을 주는 대통령역을 해냄으로써그의 흉계를 무산시킨다.
세련된 연출력으로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하이 코미디로직업 정치가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평가해줄만하다.
이 영화는 미국문화의 중요한 전통인 이른바 「인민주의」의 입장에 서있다.
미국의 인민주의는 개인의 정직과 성실로 모든 사회적 악을 해결할 수 있다는,다분히 이상주의적 측면이 강하다.『데이브』에서드러나는 정치적 순진성은 이러한 인민주의의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미국영화의 인민주의를 이해하는데 프랭크 캐프라의 영화는 필수적이다.그는 영화를 통해 인민주의적 사고를 미국인들에게 깊이 심어준 대표적 인물이기 때문이다.그의 영화중 국내에 출시된유일한 작품은『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대우비디오) 다.
1939년에 발표된 이 영화는 보이스카우트 대장 출신인 젊은상원의원이 정치적 흑막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그려진다.주연을 맡은 제임스 스튜어트는 이 영화에서의 열연으로 「성실한 미국인」을 표상하는 스타로 군림하게 된다.
팀 로빈스의 감독 데뷔작인 『밥 로버츠』(우일)는 인민주의적인 정치영화들과 반대되는 노선을 보여주는 영화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이자 포크 싱어인 주인공 밥 로버츠가 정치가로 입신하는 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는 이 영화는 미디어에 의존하는 현대의 미국정치를 통렬히 비판한다.
주인공이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저격사건을 조작,자신을 정치적 순교자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가위 공작정치의 극치라 할만하다.
미국외 지역에서 정치영화의 대가로 불릴만한 사람을 찾는다면 역시 그리스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코스타 가브라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실종』(CIC).『계엄령』(우일)등 그의 영화는 제3세계의 정치적 억압을 놀랄만큼 솔직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평가해줄만하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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