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음대출신 트롯가수 손진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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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때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겐 대중음악이 금기시돼 있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엔 클래식은 대중음악과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야속한 세월』이란 트롯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孫珍淑씨(25.여)는 이점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
지난해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이 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을 전공중인 그녀는『대중음악을 하고싶어 작곡을 전공했다』고말한다. 성악을 하기로 했던 애초의 생각을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주위에서 성악가가 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하지만성악보다는 작곡이 대중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작곡과를 지원했었지요.』 실제로 孫씨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중 대부분을 직접작사.작곡해 전공을 제대로 살렸다.
발표된 곡들이 모두 트롯이란 점도 눈에 띈다.
『트롯을 부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원래 좋아했어요.덕분에 웬만한 곡은 다 부를 수 있어요.』 랩이나 댄스뮤직을 좋아하는 젊은이들도 막상 노래방에 가면『소양강처녀』를 부를 정도로 트롯은 우리 일상생활 깊숙히 스며있다는게 그녀의 말.『직접 곡을 만들고 부르면서 트롯이 가진 깊은 맛을 새로 느꼈습니다.어떻게곡을 만들고 부르느 냐에 따라 트롯도 얼마든지 현대적인 노래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孫씨는 자신이 가수가 된 사연의 시작을 89년 강변가요제에서 찾는다.
본선에 올랐던 이 가요제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인연이 돼 이후방송프로그램등에서 피아노반주를 맡았고 이것이 지금의 음반제작자와 만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욕구도 가요제 참가이후 생겨났다.
막상 졸업반이 되자 진로를 놓고 고민도 했지만 결국 평소 원했던 가수의 길을 택한 孫씨는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교생실습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학교에선 음악을 수학처럼 가르치는 분위기인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또 자기 개성 을 표현하는것을 자제해야 하는 교사생활이 제겐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이제 어엿한 가수인 孫씨는 자신의 첫앨범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 잘 만들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좀 어렵다』는 얘기와『그전의 트롯과 달라 좋다』는 반응을 동시에 받고 있는 孫씨는『노래만 듣고도 누가 부른 곡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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