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대기」 잡음속 자율화 관심/주총 앞둔 은행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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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탁·동화은 대폭 물갈이 예고/제일·한일은 연임·승진에 촉각
15일부터의 은행 정기주총을 앞두고 금융계 「별들의 인사」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부 아래서의 첫 주총이라 「문민식 금융개각」의 판이 과연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큰데다 임기가 차는 임원수가 예년의 두배에 이를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영실적이 나빠 배당도 하지 못하는 은행이 세곳(상업·서울신탁·대동은행)이나 되고 마침 장영자씨 사건에 따른 「뒷수습 인사」까지 겹쳐 뒤숭숭한 분위기다.
『금융계 인사 청탁자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김영삼대통령의 지시까지 있었지만 인사를 둘러싼 이런 저런 「잡음」이 깨끗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새로운 줄」을 찾아나서는가 하면 지연과 학연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고,엉거주춤한 자율화 추세속에 상대적으로 힘이 세진 현직·전직 행장의 눈에 들기 위한 로비도 뜨겁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새로 등장한 행장추천위는 시행 두해째로 접어들면서 「사고은행이 아니면 일단 현 행장을 추천하고 보는 식」으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어 자칫 배타주의 내지 자행 이기주의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주총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서울신탁은행이다. 신탁은행은 다른 은행들이나 주총을 시작하는 15일 오후에야 겨우 행장추천위를 열기로 일정이 잡혔는데 추천위 하루전인 14일까지도 뚜렷한 「행장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김영석 전 행장이 장영자사건으로 물러나고 두 전무가 문책경고를 당하는 바람에 신탁은행은 행장의 외부영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주총때 초임 임기가 끝나긴 하지만 유임될 것으로 점쳐졌던 한기선·조남직상무도 장씨 사건으로 물러나 신탁은행의 올해 임원진 개편폭은 「평년작」보다 커질 전망이다.
○…9명의 임원이 임기만료되는 제일은행의 경우 이철수행장과 신광식전무는 지난해 5월에 현직에 올라 사실상 유임이 확정된 상태다. 초임 상무 5명이 임기가 끝나는데 이중 누가 연임돼 행내에 남고,누가 새 자회사인 상업증권으로 옮겨갈지 관심거리다.
지난해 임원간 「불화」가 노출됐던 한일은행은 올해 7명의 임원이 임기만료인데 특히 정창순전무(중임)와 김규현감사(중임)의 거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올해 복수전무제가 부활되는 신한은행은 중임 임기가 끝나는 강신중상무와 홍영우상무중 누가 전무로 승진할 것인지 주목거리.
○…동화은행의 경우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임원은 없으나 송한청전무가 물러났으며 나머지 모든 임원진도 전임 선우윤행장에게 거취를 일임하는 각서를 낸 상태에서 새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상당폭의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대동은행 또한 행장과 전무자리가 비어 있어 누가 이 자리를 메울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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