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관객과 무대, 무릎 하나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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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26일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 26일 오후 4·8시/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6-5282

 국립오페라단이 21일 막을 올리는 오페라 ‘잔니 스키키’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공연 기간은 원래 5일이었다. 하지만 오페라단은 이 기간을 하루 늘리기로 최근 결정했다. 공연 한 달 전 티켓이 모두 동나는 등 관심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마이 퍼스트 오페라(My First Opera)’라는 이름으로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 쉬운 무대를 선물하기 위해 기획됐다. 기존의 웅장하고 큰 공연장 대신 600석 규모의 작은 극장을 선택했고 티켓 가격을 1~5만원대로 낮춰 잡았다. 50% 할인 혜택을 받는 어린이·청소년은 5000원이면 오페라 무대를 볼 수 있다. 영화 한 편을 볼 때보다 싼 가격과 부담 없는 규모가 잠재적인 오페라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작은 극장에 올라가는 오페라는 나름의 맛이 있다. 배우와 관객의 사이가 가까워 표정과 몸동작이 더 절절히 다가온다. 국립오페라단 정은숙 단장은 “성악가들의 침 튀는 모습까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특히 이번에 ‘동시 상연’되는 두 작품은 인간의 욕심과 본능을 가감 없이 그려 청중을 빨아들인다.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는 남의 유언장을 조작해 재산을 가로챘다 지옥에 떨어지고,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사랑은 배신과 태생적으로 짝을 이룬다. 이런 내용을 담은 TV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원리로, 두 작품도 오페라 관람 초보자들이 보기 편하다. 각각 50, 70분 짜리라 지루할 틈이 없다.

 극장이 작은 만큼 오케스트라 대신 전자악기가 반주를 맡았다. ‘성찬’을 기대하는 관객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글로 가사를 바꿔 노래하고 자막까지 보여준다고 하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오페라가 비싸고 어렵다는 것이 선입견에 불과한 건 아닌지 확인할 기회도 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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