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현장고발>6.첨단기술 접목 유럽의 환경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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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차라리 광대한 알프스산맥의 땅속 암반 깊숙한 곳에 쓰레기를묻어버리자.』 그동안 방사능등 각종 독성을 지닌 유해폐기물의 처리문제로 논란이 빚어질때마다 유럽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해결방안이다.
태우거나 바다에 버려 공기와 해양을 오염시킬 필요도 없고 영원히 사람과 격리되는 탓에 갑작스런 노출의 우려도 없기 때문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은 만만치만은 않다.
지하수의 오염과 저장기간동안의 파괴위험이 전혀 없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그렇다고 일일이 수백m의 시추공을 박을 수도 없는춥고 험한 산악속에서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땅속을 파악할것이며,예상되는 엄청난 공사비와 인명피해는 어떻 게 해결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꿈을 현실로 이룩하기 위한 활동들이 벌어지고있다. 85년 결성된 유럽첨단기술연구공동체(EUREKA)에 3백15번째 프로젝트로 등록된 「유록스캔」(유럽내 암반을 들여다본다는 뜻의 합성어:EUROCKSCAN)계획이 그것이다.
유레카는 원래 美國의 전략방위구상(SDI)에 맞서 유럽의 독자적 첨단방위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의 주창으로 유럽 17개국이 가입해 결성된 기구로 현재는 산업.의학.환경등 각종 분야까지 범위를 넓혀 최첨단의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 ,조정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유록스캔 계획은 유해건축자재 방지계획,해양환경관리계획,대기정화계획등과 더불어 환경관련 8개 프로젝트중 하나로 89년 오스트리아와 獨逸의 자원탐사회사들이 참여해 마련됐다.
이 유록스캔 계획의 핵심은 전자파투시기를 이용,땅속의 지질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유해물질매립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고 관련 공사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현재 큰 진척을 보고 있다.
전자파투시기는 지표면또는 땅을 조금 판뒤 암반부가 시작되는 곳에서 10㎒에서 2백㎒사이의 전자파를 보내 돌아오는 전자파의흡수량과 반사량을 분석해 지질구조와 암반의 성분.균열상태.지하수맥 위치등을 파악하는 장치다.이 방법은 자장측 정방식이나 중력측정방식등 지금까지 나온 탐사방식중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알프스자원개발의 알렉산더호켈박사는『현재는 전자파정보를 분석할 필요도 없이 화면에 그대로 나타나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라며『이 방법은 지하공사뿐아니라 지하자원의 탐사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 다.
이 방법은 또 향후 매립장 위치를 정한뒤 본격적인 건설공사를벌일 때도 공사터널이 암반균열단면이나 지하수맥을 피해갈수있도록하고 공사중에 서서히 진행되는 붕괴현상도 사전에 알 수 있어 대책마련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유록스캔 계획은 15년전 알프스에서 수력발전소 건설시 최초로 개발돼 가장 경제적인 굴착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無지대방식의 오스트리아式 굴착방법을 매립장 건설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호켈박사는『매우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이 계획은 유해폐기물매립뿐아니라 온실효과를 막기 위해 원자력발전이 보편화되는 21세기부터 핵폐기물의 처리산업으로 매우 유망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앞으로 환경보호를 위해선 인류가 개발한 모든 수단,특히 최첨단기술을 연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이는 손해가 아니라 우리의 예에서 보듯 또 하나의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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