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양동 양천향교 어린이 충효교실-훈장이 전통예절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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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식들이 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게 맞는 예법입니까,틀리는 예법입니까.』 『틀립니다.아버님이란 호칭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며느리 뿐이고 자식들은 아버지라고 불러야됩니다.』 21일 오전「어린이 충효교실」이 열리고 있는 서울강서구가양동234 양천향교(陽川鄕校)안에 있는 명륜당(明倫堂)에는 인근 동네 국교생 1백4명이 참석해 훈장(訓長)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27평 규모의 명륜당에 빽빽이 들어앉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좁은 자리에도 불구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훈장님 말씀을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들으며 전통 예법을 배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시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 향교는 조선시대 초시를 준비하는 15세이상 청소년 28명을 선발해 교육시키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옛 조상들의 빛나는 충효정신.전통예절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터로 탈바꿈한 것이다.
설날을 앞두고 강서구청의 지원을 받아 21~22일 이틀 동안마련된「어린이 충효교실」에서는 친척과의 촌수,윗사람을 방문했을때의 예의범절,절.인사방법 등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삼족(三族).삼친(三親).구족(九族)은 혈연의 기본적 관계로 이를 아는게 예의 시작입니다.
삼족이란 친족.처족.외족을 합한 것이고,삼친이란 부친.본인.
자식을 일컫는 것이며,구족이란 집에서 제사를 모실 고조까지 조상 4대에다 제사를 받을 자식.손자.증손.현손 등 4대와 본인을 합한 9대를 말합니다.』 『특히 설날 어른을 모시거나 의식행사에 참석하면 공손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두손을앞으로 모아잡고 다소곳하게 서든지,앉는 것이며 두손을 모아잡는것을 공수(拱手)라 하는데 평상시 남자는 왼손이 위로,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게 해야 합니다.』 이 향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모두 일상 생활과 직접 관련돼 있는 것들이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잊혀진 것이어서 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쇄도하고 있다.
3년째 충효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崔銀株양(11.송화국5)은『생활예절 교육을 받은 후부터 부모님에게 존대말을 하자 처음에는징그럽다고 하시더니 요즘은 계속 나가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한편 양천향교 吳南柱훈장(73)은 『89년부터 방학기간중에 충효교실을 열고 있는데 교육을 받고 간 학생들의 부모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있으며 멀리 구로구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李哲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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