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절단 보비트 여인 무죄평결/법정서 석방,곧바로 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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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편의 학대·성폭행에 대한 정당방위/혼인중 아내 인권보호 문제 새 판례될듯
남편의 성기를 절단,중상해죄로 기소돼 미국 언론의 색다른 관심을 끌었던 로리나 보비트 피고인은 21일 무죄평결을 받은 즉시 법정에서 석방돼 그의 집으로 우유히 돌아갔다.
로리나는 남편 존 보비트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존의 성기를 절단,8백m 떨어진 풀밭에 버린 것이 중상해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버지니아주 매나서스법정 형사재판에 회부됐었다.
로리나의 무죄석방은 앞으로 미국내에 혼인중 아내의 인권을 위해서는 어떠한 과격한 행동도 허용될 수 있다는 중요한 판례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고 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번 평결이 『아내에게 남편 성기 절단면허를 부여한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나 로리나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인권단체들은 『이제 부당한 학대나 혼인중 강간을 당하고 있는 아내들을 남편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법정에서 검사측은 로리나가 성적인 폭행을 당한지 1시간이 지난뒤 잠이 든 남편의 성기를 절단한 것은 전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복수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변호사측은 남편 존이 계속 성폭행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로리나가 저지른 행위는 「참을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힌 상태,즉 「일시적인 정신이상」으로 저지른 범죄이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남자 5명,여자 7명으로 구성된 매나서스법정의 배심원 12명은 이날 오랜시간 토의끝에 남편 존의 무차별적인 학대와 성폭행을 인정,로리나가 존의 폭행에 벗어나기 위해 존의 성기를 절단한 것을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로리나가 무죄평결을 받게 됨에 따라 앞으로 미국내에서는 보비트사건의 상업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TV 코미디프로제작자는 이미 보비트 부부를 별도로 TV 대담프로에 독점적으로 출연시키기 위해 거액의 출연료를 제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영화제작자들도 보비트 부부의 영화화권리를 따내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판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단체들은 한때 『잠든 남편 조심하자』는 말을 퍼뜨렸는데 이제는 『눈뜬 아내 조심하자』는 새 유행어가 나돌게 됐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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