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서바이벌 마케팅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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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생활건강의 ‘럭키스타 어프렌티스’에 참가한 김종웅씨가 서강대 교내 매점에서 치약을 팔고 있는 모습.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LG생활건강 회의실. 40여 명의 대학생들이 이 회사 홍성하 마케팅 팀장 앞에서 자못 긴장된 모습으로 연이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다.

 “명동에서 치약으로 벽화 그리기를 하면서 치약의 향과 색을 알릴 수 있습니다.”(김보경·광고연합동아리 애드플래쉬)

  “교내 매점에서 대학생들이 직접 판매를 한다면 한 달에 2400개 정도는 팔 수 있습니다.”(김종웅·서강대 경영학 동아리 렌즈)

  저마다 다소 튀는 마케팅 전략을 발표한 이들은 이 회사가 10~20대용 패션 치약 ‘럭키스타’를 홍보하기 위해 벌인 이벤트 ‘럭키스타 어프렌티스’에 참가한 대학생들. 2주 동안 럭키스타를 어떻게 판매하고 홍보할 것인지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행해 가장 좋은 성과를 낸 한 팀이 100만원의 상금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 행사는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직원 공개 채용을 TV쇼 형식으로 벌이는 미국의 TV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본딴 것이다. 홍 팀장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대학생은 실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LG는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1석 3조”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TV프로그램인 리얼리티쇼를 흉내낸 마케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CJ몰은 또다른 리얼리티쇼 ‘도전! 수퍼모델’을 본따 ‘도전! 쇼핑스타’라는 온라인 생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난 주부터 참가자 신청을 받고 있다. 쇼호스트 겸 구매 관리자인 ‘쇼핑 스타’를 뽑는 과정을 한 달 동안 인터넷 동영상으로 중계할 계획이다.

신세계 인터내셔날도 16일 국내에 수입되는 의류 브랜드 ‘갭’을 홍보하기 위해 MTV와 손잡고 10월부터 ‘MTV 인턴십 바이 갭’이라는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10명의 출연자들이 8주 간의 방송에서 경쟁을 벌여 최종 선발된 1명이 인턴사원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내용.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은 주로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도전! 수퍼모델’, ‘어프렌티스’같은 서바이벌 리얼리티쇼다. 케이블 TV에서 방영되면서 최근 20~30대 젊은층 사이에 문화 코드가 되고 있을 정도다. 일반인 참가자들이 매번 과제를 통과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사실감과 긴장감, 흥미를 동시에 주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참가자들의 경쟁과정을 통해 회사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CJ몰 탁진희 과장은 “리얼리티쇼는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라 현실적인 경쟁이기 때문에 노출되는 회사에 대한 신뢰를 심을 수 있다”며 “‘도전! 쇼핑스타’도 쇼호스트를 뽑는 과정에서 CJ몰이라는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게 회사로서는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온스타일의 리얼리티쇼 ‘도전! 수퍼모델’(사진)처럼 공통의 목표를 가진 일반인들이 참가해 매회 과제를 수행하며 탈락자를 가리고 최후의 승자만을 남기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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