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남북경협 테마주 이상 급등 “작전·투기 세력 주의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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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에서 연말 대통령선거와 2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테마주들이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자 감독당국이 시장 감시에 들어갔다. 대선·남북 경협 테마주에 작전이나 투기 세력이 가세할 경우 과거 바이오·엔터테인먼트 테마주처럼 파장이 확대되면서 투자자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판단에 감시를 강화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최근 대선 관련주들이 조정장세 속에서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15일 “최근 이들 종목에 투기적 수요가 급증하면서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 종목에 (작전)세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주가 급등과 거래량 변화에 이상 징후가 확인될 경우 심리를 거쳐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빌려 주는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부 테마주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변동성 확대로 투자 위험이 커지는 만큼 시장 전반에 걸쳐 감시·감독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남북 경협 테마주는 대북 송전 관련주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화전기·제룡산업·선도전기·광명전기는 이달 말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진 8일 이후 닷새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비츠로테크·보성파워텍도 5일간 66% 급등했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인 로만손·삼천리자전거와 금강산 샘물사업을 하는 일경도 50~80%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선 테마주로는 특수건설 등 건설업체들이 대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대운하 사업의 수혜주로 거론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특수건설은 지난달 말 6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2주일여 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해 2만1000원대까지 210% 이상 급등한 데 이어 이화공영과 홈센타도 최근 100% 가까이 오르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IC코퍼레이션도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대선 출마선언 시기에 즈음해 대선 테마주로 부각되면서 최근 5일 상한가를 보였다. 이 기업의 모기업인 디지털인사이드의 대주주는 손 전 지사의 측근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EG와, 사주가 열린우리당 대선 예비주자인 이해찬 전 총리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남제분도 급등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종목은 정치적 이슈와 실적의 뚜렷한 인과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기대감과 수급에만 의존한 채 주가가 급등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정장세 속에서 테마주에 편승하려는 일부 투자자의 심리가 급등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관련 주는 언제든지 급락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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