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 부추겨 국민부담 가중-교통료 인상 배경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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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년부터 대중교통요금을 일제히 인상키로 한 것은 그동안 물가억제 논리에 밀려 억제됐던 각종 공공요금 현실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인상으로 운수업체들의 경영난은 최악의 상태에서는 벗어나리라는 기대지만 우리 경제에서 대중교통요금이 차지하는 독특한 성격으로 말미암아 여러 분야에 파장을 미치리란 예상이다.
우선 공공요금이 물가인상을 선도해온 우리의 관행과 경제심리를감안할때 교통요금의 일제 인상은 연초부터 생필품등 각종 요금 인상에 빌미를 주는등 물가불안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는 내년 7월1일부터 시.도지사에게 결정권이 위임되고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는 버스.택시요금의 경우 지역실정에 맞춰 또한번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과 맞물려 물가에먹구름을 더욱 짙게 할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새로 들어선 경제팀이 지수관리에 얽매여 공공요금을 다루지 않겠다고 여러번 밝힌바 있지만 결과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 어려운 경제속에 국민들의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번 교통요금 인상은 국민에 대한 서비스 개선과 업계의 적자 보전이라는 양측의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채 땜질식 행정편의주의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교통부는 업계의 호소를 받아들여 평균 30%이상 인상안을 마련,경제기획원과 협의를 벌였으나 아직까지 물가안정을 위해대폭 인상은 금물이라는 제동에 따라 하향조정했다.
『이번 인상은 장기적으로 현실화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조치로 봐달라』는 교통부관계자의 주문에서도 정부의 입장을 읽을수 있다.
더욱이 수익자 부담원칙을 내세워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원가보전을 위한 계획적이고 구조적인 국가지원없이 시민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요금인상과 함께 서비스 개선대책도 추진,버스전용차선제를 확대하고 노선을 이용시민 편의 위주로 조정하는 한편 택시의불법운행등을 강력 단속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소폭인상에 대한 업계의 불만과 예년의 경험에 비추어 이를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또 이번에도 공공요금 정책을 정부 부처끼리의 힘겨루기 차원에서 결정해온 지금까지의 관례를 답습함으로써공공요금을 둘러싼 정부.업계.국민 가운데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무시돼 문민정부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폐습을 보여주었다.
교통부는 이번 인상 배경에 대해『교통체증으로 인한 운송수입 감소와 인건비등 원가상승 요인이 겹쳐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는 업계의 경영사정을 고려하고 국민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인상폭을 결정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인상기준과삐 폭에 대해서는설득력있는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교통의 가장 중요한 축인 이용자의 서비스 기대치와 부담능력을 묻지도 않고 시혜적 입장에서 요금을 결정하는 정부의 독단을 또다시 보여준 대목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통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국민.정부.업계.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대중교통요금심의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여론을수렴하고 수익자 부담만으로는 대중교통문제를 풀수 없다는 판단이서면 정부보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공항주차장 사용료와 착륙료.조명료등을 최고 57%까지 인상한데 대해 교통부관계자는 현행 요금이 외국에 비해 저렴한데다 공항시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날로 증가하는 항공수요에 대비한 공항시설확충 투자재원을 마련키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金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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