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조」행사 위협 여전/새해 미 통상정책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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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WTO불구 무역보복 고집할듯/한국·동북아등 대책없어 속앓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인해 세계무역은 다자간 협상체제로 들어섰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국의 통상법 문제는 내년에도 계속 당사국간의 쌍무협상 문제를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미국은 이에 더해서 내년에는 금융보복법안(금융·서비스 공정거래법안)도 발효시킬 예정으로 있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간 협상이냐,힘에 의한 당사국 협상이냐를 둘러싼 논쟁으로 새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7일 일본이 수입하는 외국산 반도체의 점유율이 기대치 이하로 떨어졌다며 긴급 협의를 일본측에 요청했다. 미국은 일본의 외국산 반도체 수입이 평균 20%는 넘어야 한다는 수치목표를 제시한 바 있는데 올들어 1·4분기 19.6%,2·4분기 19.2%,3·4분기 18.1%의 수치를 보였다.
내년초에 협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일반도체 협상은 WTO의 창설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힘에 의한 쌍무협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력히 표현한 사례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WTO 설립이 합의된 이상 미국의 통상법 301조 발동은 UR협정에 위반된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나 95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재를 받지 않고 미 국내법인 301조를 일방적으로 적용해 문제를 쌍무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UR취지에 크게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은 WTO 협정에 『각국의 국내법을 UR협정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미국이 301조를 개정,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전문가들은 미국의 301조 행사위협 그 자체는 GATT 등 국제기관의 제소대상이 되지않기 때문에 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미국이 301조를 발동시켜 실질적인 「힘」을 행사한 연후에야 제소 등 이의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일본·중국·동남아시아국가 등 미국의 301조 적용대상국들은 현재로서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비해 미국은 301조의 발동으로 이들 국가가 GATT에 제소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어서 신무역질서 역시 국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냉정한 사실을 실감케하고 있다.<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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