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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93년 떠오른 별.사라진 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올 한해는 각국에서 정권교체가 유난히 많아 많은 새 별들이 국제정치의 무대위로 화려하게 떠올랐다.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정치개혁의 바람은 또다른 별들의 「퇴장」을 강요했으며 금세기 후반기를 풍미하던 배우.예술가들이 세상을 등졌다.올 해 부침한 인물들의 얼굴을 통해 지구촌의 오늘을 재조명해본다.아래 사람들외에도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총리의 복귀,캐나다 장 크레티앙총리의 등장,다나카 가쿠에이 日本 前총리의 사망이 눈길을 끌었고 영화『길』의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소설『파리대왕』의 작가윌리엄 골딩,발레댄서 루돌프 누레예프의 他界가 우리를 아쉽게 한다. [편집자註] 日本정치의「공룡」인 自民黨에 맞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일어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총리(日本新黨대표.54)는 깨끗하고 참신한 정치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기대를등에 업고 정권교체 신화를 달성했다.호소카와 총리는 메이지(明治) 유신前 구마모토(熊本)潘 영주였던 호소카와家의 18대손이며 외할아버지는 30년대 세차례나 총리를 역임했다.아사히(朝日)신문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33세때 참의원에 당선.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최대 政敵이던 루슬란 하스불라토프(52)前최고회의 의장(上)과 알렉산드르 루츠코이(41)前부통령은 옐친의 의회해산조치에 맞서 의회안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진압군에 체포돼 수감중이다.
옐친의 급진적인 시장경제개혁을 비난하며 권력투쟁을 벌여왔던 이들은 지난 91년 쿠데타 실패자들과 같은 신세로 대중소요 조직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며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로마의 휴일』『티파니에서 아침을』등의 영화에서 주연,전세계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오드리 헵번은 오랜 투병끝에 지난 1월 스위스 로잔 자택에서 63세로 타계했다.
헵번은 말년에 병마와 싸우면서도 유엔아동기금(UNICEF)의순회대사로 전세계를 돌며 굶주림과 열악한 환경속에서 고통을 겪는 아동을 위한 자선활동을 펴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벨기에 태생 「개혁파의 기수」「중국의 고르바초프」등으로 불리며 급부상한 중국 경제총책임자.
지난해 10월 제 13期 黨대회에서 중앙위 후보위원이던 朱鎔基부총리(65)는 중앙위원.정치국후보위원.정치국원의 3단계를 뛰어넘어 일약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진입했다.국가경제위 부주임.
上海시장등을 거쳐 부총리로 승진했다.올 한해 인민 은행장까지 겸직한 朱총리는 과열된 중국경제를 진정시키기 위한 巨視調整정책을 주도했다.
지난 9월13일 워싱턴에서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공식 조인,아랍.유대민족의 화해와 평화공존을 향한 새로운 지평을 연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총리(71.(上))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63).평화협정 이행을 구체화하 는 이스라엘군의 철군 개시 시한 13일을 넘긴 가운데 67년「6일 전쟁」의 영웅 라빈과 6백만 팔레스타인인의 지도자 아라파트가 앞으로 어떤 협상력을 발휘할지 여부가 관심사항이다.
지난 1월 취임해 국제정치무대에 정식으로 입문한 빌 클린턴 美대통령(47)은 유고슬라비아 분쟁을 두고 유럽국들과 벌인 설전,인명피해만을 내고 철수하게된 소말리아사태등 외교적 실패를 겪으면서 국제사회의 지도자로서 적합치 않다는 평가 를 받기도 했다.그러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비준에 성공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면모를 일신,최근 미국 국민들의 지지도가 크게 오르고 있다.
소말리아에서 유엔평화유지군(UNOSOMⅡ)의 활동을 무력화시킨 소말리아 최대 무장군벌 지도자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57). 그는 휘하 민병대가 지난 10월3일 미군과 교전,미군 18명이 사망한 전투를 계기로 5개월동안의 유엔 수배상태에서 벗어났다.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프랑스군.미군이 철수를 시작한 가운데 그는 불확실한 소말리아 장래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세계최대 코카인 마약 密賣團「메데인 카르텔」의 우두머리로 지난 2일 경찰에 의해 사살된 콜롬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르(44)는 80년대 미국에 밀수되는 코카인 5백t중 80%를 공급한마약王.조지 부시 前 美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미국의 公敵으로 선언하기도 했으나 빈민들에겐 각종 혜택을 안겨줘「現代版 로빈후드」로 불리기도 했다.
私兵조직을 운영하면서 2백명 이상의 주요 정치인.관료를 살해했다. 뿌리깊은 이탈리아의 정치인.경제인 부패를 파헤치는 「깨끗한 손」운동을 주도한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밀라노 지방검사(42)는 거물급 정치인들을 과감히 기소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용기있는 검사의 표상이 됐다.
2차대전 이후의 基民黨 장기집권 아래 이탈리아는 마피아와 부패로 망국의 길을 걷다가 수년전부터 시작된 마피아와 부패 추방에서 검찰이 큰 활약을 보이고 있어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인 모두 1인1표의 참정권을 갖는 선거를 내년 4월에 실시키로 합의,3백41년동안 계속된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을 향한 발판을 마련한 공로가 인정돼 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넬슨 만델라 남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장(75)(上)과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南阿共대통령(57).南阿共 흑인인권운동의 기수인 만델라와 클레르크 대통령이 이끌어낸 흑백협상 결과는 전세계인의 찬탄을 자아내게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을 뚝심으로 밀어붙인 에두아르 발라뒤르 프랑스총리(63)는 프랑스의 이익을 최대한 유지,일약 우상으로 떠올랐다.그는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면서『UR 협상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등 으름장을 놓으면서 미국 을 다급하게했으며 결국 자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걸렸던 농업.시청각 분야의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협상후 의회신임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으며 차기 대통령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다.
피터 서덜랜드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사무총장(47)은 세계무역의 판도를 바꾸게 될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
아일랜드 법무장관 출신인 그는 7년째 난항을 거듭해온 UR협상을 사무총장 부임후 5개월만에 타결지어「협상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덜랜드 사무총장은 GATT를 대체하게 될 세계무역기구(WTO)의 長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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