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본격개방시대>5.중소기업인 지적재산권 잘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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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 타결이후 당장 큰변화는 없지만 그 파장이 서서히,그리고 광범위하게 닥치게 될 분야가 바로 知的 재산권 쪽이다.산업 생산 능력의 격차는 그런대로 좁혀지고 있지만 지적 재산권에 관한 한 아직도 월등한 우위 를 지키고 있는 선진국들은 점차 이를 본격적인「通商무기」로 사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체결된 UR 지적 재산권 협정문은 국제 협약에서 보호해온 특허.의장.상표.저작권.저작인접권 외에도 컴퓨터 프로그램.데이타 베이스.반도체 칩 배치설계권.영업비밀등 새로운 분야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EC와의 지적 재산권 협상에서 공세에 워낙 시달려온 우리나라는 지적재산권 관련제도를 국내법에 꾸준히 반영해왔기 때문에 이 협정문을 지키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협정 내용중 저작권법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등은 이미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한 상태.정부는 내년중 특허권 보호기간을 현재의 15년에서 UR협정 내용에 맞춰 20년으로 늘리는등나머지 관련법들을 개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적 재산권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인식이 여전히 낮은수준에 머물러 있어 선진국들의 조직적인 공세가 닥치면 뜻밖의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상반된 분석도 나오고 있다.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에도 소홀할 뿐더러 외국의 지적 재산권 정보에어두워 스스로 개발한 제품을 내놓고도 외국기업의 권리 침해 시비로 뒤통수를 맞는 경우가 잦아지리라는 우려다.
변리사들의 모임인 한빛 지적소유권 센터가 최근 구로공단등의 중소기업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79%가 지적 재산권의 개념을 모르고 있었다.사내에 산업 재산권전담부서를 둔 기업은 불과 7백여개로 전체 제조 업체 수의 1%에도 못미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불법 복제나 도용이 고질화되어 있는 출판.영상.음반등 저작권부문은 더할 나위없다.우리나라는 이미 87년 저작권법 시행과 함께 세계 저작권 협약(UCC)에 가입했으나 올들어 7월말까지지적 재산권 침해사범 단속실적 3만3천여건중 저작권 분야가 68%에 이를 정도다.
기술 개발보다는 남이 개발한 기술을 사오는데 더 익숙한 우리업계는 갈수록 기술을 들여오기가 어려워지는데다 로열티 부담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우리의 해외기술 의존도는 26%에 달하고92년 한햇동안 부담한 로열티만 GNP의 0. 6% 수준인 16억9천만달러나 된다.
UR 체제에 적응하려면 GNP대비 2%에 불과한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한 기술을 공유하고 전파하는일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국내 특허의 65%가 상품화되지 못하고 死藏되는등의 비효율도 줄여나가야 한다.黃 宗煥 변리사는『기술개발은 비용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동종업계가 함께 나서야 하며 개발한 기술을 함께 나누는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국내외의 기술정보가 빨리 전파되도록 기술유통 체계를 갖추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王允鍾연구위원은 『단기적인 타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UR타결은 우리 기술을 모방 중심에서 창조 중심으로 바꾸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수 있다』면서 능동적인 대응 자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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