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일 경제 “깊은 잠”/광공업 생산지수 사상 최저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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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가 곤두박질… 기업마다 군살빼기
약간이나마 회복기미를 보이던 일본의 경기가 다소 후퇴하고 있다. 올 하반기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기업과 소비자심리는 더욱 냉각돼 설비투자와 소비가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부동산 주식시장 침체로 주가는 곤두박칠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정부는 정치개혁에만 매달려 경기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바람에 올해 일본경제는 19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내년에도 마이너스 또는 1% 내외의 저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올봄 일본경제는 대폭적인 생산과 출하감소,주가하락이란 2대 충격을 받았다.
10월중 광공업 생산지수는 전달보다 5.1%,출하지수는 5.6% 각각 떨어져 사상 최저기록을 세웠다. 철강은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견디다 못해 감산에 들어갔다.
일본경제가 받은 두번째 충격은 주가하락이다. 10월26일 JR 동일본주 상장직후부터 시작된 주가하락은 약 1개월 사이 3천엔(일경 평균주가) 가까이 떨어졌다. 신일본제철·닛산(일산) 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잇따라 주식을 팔기 시작하고 있다. 생명보험 회사들은 갖고 있는 은행주식 매각에 나섰다.
일반기업들은 업적부진을 보전하거나 사업 재구축에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은행은 불량채권 처리를 위해 가각 보유주식 매각에 나섬으로써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엔고 추세가 멈춰 기업이 한숨을 돌렸으나 수출기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반면 수입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와이셔츠·골프채 등 생활관련 30개 품목의 가격은 10월들어 전월보다 9.1% 하락했다. 마쓰시타(송하) 전기산업 등 12대 가전메이커들은 올해 해외에서의 자재조달비율을 전년보다 10% 확대키로 했다. 이는 그만큼 국내생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내 고용사정도 악화돼 종신고용이란 전통이 무너지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과잉인력 해소를 위해 명예퇴직제를 도입,주로 관리직들을 대상으로 군살빼기에 나서고 있다. 통산성 조사에 따르면 전산업 평균 내년도 설비투자를 올해보다 0.1% 낮출 계획이다.
개인소비 부진으로 콘비니언스 스토어 등은 10월부터 전상품의 4∼5%에 해당하는 1백30개 품목에 대해 최대 20%까지 값을 내렸다. 불경기가 내년 5월까지 계속되면 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진지 37개월이 돼 제2차 석유위기 때의 36개월을 넘어 전후 최장 불황을 겪게 된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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