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것이궁금하다>세대교체 이룬 문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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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북한 문단에서 금년을 고비로 작가들의 세대교체가 대체로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분단과 6.25를 거치며 북한문단의 주류를 이루어왔던 일부 월북문인들과 북한출신 원로작가들이 고령으로 사망했거나 집필이 어려운 은퇴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內外통신에 따르면 80년대 중반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세대교체 과정에서 사망 또는 은퇴상태에 들어간 주요 작가는 석윤기.변희근.황건.조영출.이기영.박태원.윤복진.박세영.조벽암.
김승구.이병철.김보행등이 꼽힌다.
「신라의 달밤」을 작사,북한 가사문학을 개척했다는 조영출은 지난5월 사망했으며 소설쪽 거목으로 꼽히는 이기영과 박태원,서사시 분야를 꽃피웠다는 혁명시인 박세영,아동문학의 代父 윤복진은 80년대 중반 타계했다.
또『시대의 탄생』『철의 심장』『월미도』소설을 쓴 석윤기.변희근.황건,『눈자욱』을 쓴 시인 조벽암등도 80년대 중반 사망한작가들이다.
이밖에 고령으로 은퇴한 문인들은『위대한 생각』등을 쓴 시인 이병철,북한 최초의 극영화『내고향』의 시나리오를 쓴 김승구,장편소설 『밀림의 봄』을 남긴 김보행등이다.
북한의「조선문학」誌는 올 1월부터 10월까지 시 2백여편,소설.수필 80여편을 게재했으나 이른바 원로작가의 작품은 5편 정도만 실어 문단의 세대교체를 뒷받침했다.
세대교체에 따라 새로 두각을 나타낸 북한문단의 주역으로는 대략 20명 정도가 꼽히고 있다.
이들은 시인 동기춘.구철희 .신진순.오영재.김석주.전병구.김봉제.박미성.최로사.변홍영,소설가 최창학.최학수.권정웅.홍석중.남대현.류벽.윤시철.현승걸,평론가 강능수,희곡및 시나리오 작가 이춘구.오혜영등이다.
또 현재 작가동맹위원장인 김병훈과 문예총 부위원장인 최영화.
백하,시인인 최승철.안충모.정렬.전동우등은 이들보다 세대가 약간 앞서지만 같은 그룹으로 분류된다.
북한문단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들은 대부분 문단에 데뷔한지 20년이 넘고 작품의 주제가 비교적 다양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문단에 데뷔한지 20년이 지난 오늘에야 이들이 빛을 보는것은 무엇보다 폐쇄적인 북한문단 구조에 기인한다고 볼수 있다.
즉 3백~3백50명으로 작가(작가동맹 정맹원)의 수가 제한된문단풍토속에서 유능한 신인보다 원로들이 우대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그동안 북한문단의 작품주제가 金日成-金正日체제 찬양,對韓.對美 비난,노역 선동등에 초점이 맞춰져 획일적인 작품만을 필요로 했던 점도 참신한 신인이 육성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되고있다. 작품 주제의 다양화는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나 북한사회가 점차 다변화되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즉 비교적 젊은 작가들은 기존의 黨이 요구했던 주제와 그동안 북한으로 흘러들어온 외래사조의 영향을 절충하는 형태 로 종전에 볼수 없었던 여러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북한문단의 세대교체는 정치적으로 金正日체제의 마무리작업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金正日에 의해 지난 5월 제기된「제2차 문예혁명」과 맞물려 문단 세대교체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아 그의 체제구축에 비교적젊은 작가들이 필요하다는 黨의 정책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해당하는 작가는 이춘구.박미성.동기춘.최창학.최학수등이대표적이며 이들은 金正日체제와 함께 앞으로 상당기간 북한문단을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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