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인기 내리막길/신입생선발 정원 못채운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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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원자 성적 낮아져 질저하막기 고육책/매년 10대 1 넘던 경쟁률 4대 1 급락
문민정부 출범후 처음 치른 94학년도 육사 신입생 선발시험에서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번까지 54기를 뽑은 육사 입시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육사는 27일 모집정원 2백50명보다 13명이 모자라는 2백37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지원자가 미달이었던 것도 아닌데 이처럼 정원을 채우지 못한 사태에 대해 육사측은 장교의 질적 저하를 막기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같은 사태는 지난 9월 지원자 원서접수를 마감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올해 지원자 경쟁률은 4.2대 1로 다른 일반대학 시험에 비해 낮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군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해도 지난해까지는 매년 10대 1이상을 유지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 급격한 경쟁률 하락이었다.
종전 3백50명 뽑던 정원을 92학년도부터 2백50명으로 줄였는데도 지원자수는 계속 감소추세를 보인 것이다.
과거 입시에서 최고 30대 1의 경쟁률(85학년도)을 보인 적도 있었고,16기 이후 한동안 서울대 합격수준에 못지않은 인재들이 몰렸다고 자부해온 육사로서는 이같은 경쟁률 하락이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경쟁률 하락은 우려했던대로 지원자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육사측은 결국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예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합격자를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육사 입시는 내신 40%,본고사 40%,수학능력시험 성적 20%를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입시 관계자는 이번 합격자의 수학능력시험(1차) 성적이 최고 1백74점이고 1백50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입시경쟁률 하락은 이날 함께 합격자를 발표한 육사(46기)와 해사(52기)도 마찬가지였다.
공사는 지난해 모집정원 2백50명에 4천여명이 지원,16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올해는 1천6백48명이 지원해 6.6대 1로 뚝 떨어졌다. 해사도 2백명 모집에 지난해엔 3천1백97명(16대 1)이 몰렸으나 올해는 지원자가 1천7백96명(8.8대 1)으로 줄었다.
공사와 해사측은 이같은 경쟁률 하락으로 지원자의 질 저하를 크게 우려했으나 합격자 성적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안도하고 있다.
사관학교 지원자가 줄고 질까지 떨어지고 있는데 대해 군관계자들은 최근의 사회분위기로 보아 어쩔 수 없는 추세로 인정하면서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후 군이 난도질당하는 분위기속에서 직업군인들의 직업 만족도가 최하위 수준이고 정치적인 영향력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사관학교는 이미 젊은이들에게 매력있는 진로선택이 되지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 대치상황에서 65만 국군이 우리사회의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장교들의 질이 낮아지는 것은 곧 전력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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