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소세율 인하싸고 실랑이/초읽기 몰린 여야 세율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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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과표양성화 따른 세수증대 확신 못해/야/소득세 2원화필요·부가세도 내려야
내년에 세금을 얼마나 내야할지를 가름하게 될 세제개편 작업이 막판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 상임위 활동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재무위는 줄곧 세법개정에 대한 심의를 벌여온데 이어 23일 여야의원 9명으로 세법 심사소위(민자 5명,민주 3명,무소속 1명)를 구성해 본격적인 절충에 나섰다.
내년도 세출·세입 예산안의 통과시한이 다음달 2일로 잡혀 있어 세입 규모를 결정케 될 세법 개정문제도 이때까지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
따라서 시한이 1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간에 여전히 큰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어 막판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세법소위는 23일 첫모임을 가졌으나 합의를 보지 못한채 오는 26일 다시 모여 논의키로 했다.
세제개편 논의는 해마다 정기국회에서 치르는 「연례행사」이나 올해에는 「금융실명제와 관련된 세율인하 여부」라는 돌출변수가 생겨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와 민자당이 당정협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은 총14개.
이중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법 등 3개법이다.
당정안은 소득·법인세는 세율을 소폭 내리고 부가가치세는 세율조정 없이 한계세액 공제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골자.
민주당은 이에대해 소득·법인세율을 더 내리는 것은 물론 부가가치세도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소득세의 경우 근로소득은 다른 소득에 비해 과세포착률이 높은 만큼 세율도 여타 소득세와 분리,소득세율 체계를 2원화하자는 제안이다.
실명제로 과표가 양성화돼 세금이 더 많이 걷힐 것이기 때문에 소득세 최고 세율을 더 내려도 세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실명제가 지향하는 「투명한 사회」를 정착시키려면 세원노출을 견딜만한 수준의 세율인하가 필요하며 ▲세율인하가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해 장기적으로는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국회 밖에서도 최근 재정학을 전공한 교수 11명과 경실련 등이 국회의 세법심의를 겨냥,『실명제 정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세제개혁』이라는 전제아래 『정부부터 세율을 과감히 인하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와 민자당은 그러나 『이같은 건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땅값하락 등으로 올해 이미 세수가 1조5천억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터에 불확실한 과표양성화 기대만으로 세율을 더 낮출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무부는 『실명제하에서의 과표 양성화에 따라 약 3천5백억원의 세금이 더 걷힐 전방이지만 세제개편으로 깎아주는 세금은 7천억원에 달해 세율을 더 이상 낮추기는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세율을 더 내리려면 ▲세출을 줄이든가 ▲적자재정을 감수하든가 양자택일을 해야하는데 현 정부의 입장으로는 둘 다 문제가 있다며 선뜻 결심을 하지못하고 있다.
적자재정의 경우 국채발행으로 보전할 수는 있겠지만 ▲한번 국채를 발행하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려운데다 ▲금리자유화를 하는 마당에 자칫 채권 물량과다로 금리안정 기조를 해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민자당은 일부 의원들이 개인적으로는 세율을 더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나 당론으로는 이미 정부와 같은 입장을 취하기로 결론이 난 상태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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