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위협할 최강 신예 누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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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9단은 여전히 1인자의 자리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최강의 도전자는 이세돌이 아닌 다른 얼굴일 것이다."

중견 프로기사 5명이 내다본 2004년 바둑계는 팬들의 생각과 사뭇 달랐다. 이창호를 향한 최강의 도전세력을 보는 눈도 독특했다. 묘수풀이의 대가로 많은 서적을 출간한 김수장9단, 한국기원 상임이사이자 TV해설가인 임선근9단, 강북의 명문 허장회도장 운영자 허장회9단, 제자들이 프로 1백단을 돌파한 권갑룡도장의 권갑룡7단, 신세대 TV해설가 김성룡8단 등 5명에게 2004년 바둑계의 전망을 들어봤다.

▶김수장9단=이창호9단이 여전히 1인자다. 최강의 도전자는 최철한6단과 목진석7단.이세돌9단이 국제기전 성적에서 뛰어나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올해는 잠재력 면에서 앞선 최철한.목진석이 크게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국수전에서 이창호와 최철한이 맞붙었는데 그 결과가 매우 궁금하다.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은 실력이 있으니까 항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엔 구리(古力)7단이 뛰어나고 후야오위(胡耀宇)7단.쿵제(孔杰)7단.펑취안(彭筌)6단도 만만치 않다.

축구에서 골문까지 가는 것은 다 되지만 골을 넣기는 어렵다. 바둑에선 계산력이 바로 골 결정력이라 할 수 있는데 중국은 그런 강자들이 많고 그 중 구리7단이 돋보인다.

일본은 기성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9단과 하네 나오키(羽根直樹)9단이 최철한과 비슷한 실력이다.

▶허장회9단=이창호9단이 최강자지만 이세돌9단이 가장 근접해 있어 쌍두마차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의 뒤를 최철한6단.송태곤6단.박영훈5단 등 신흥 3강이 맹추격하는 형세다. 유창혁9단과 조훈현9단은 신예들이 더욱 강해진 만큼 지난해보다 고전이 예상된다.

올해는 기존 강자와 신흥 강자들의 대결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고 신구의 대격전 끝에 서열이 좀더 확실히 드러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중국은 구리.후야오위.쿵제의 삼총사와 명인이 된 추쥔(邱峻)7단을 꼽고 싶다. 일본은 야마시타 게이고9단 한명 정도.

▶권갑룡7단=올해는 이창호9단을 정점으로 어느 해보다 치열하고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최철한6단의 상승세가 놀랍다. 연초 이창호와의 연속대결에서 무참히 패배하지만 않는다면 올해 돌풍의 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영훈.송태곤.원성진도 강력한 도전세력이다.

이세돌9단은 바둑에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는 듯 보여 불안하다. 실력있는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은 상승세를 타면 언제나 정상 정복이 가능하다.

중국은 칼을 갈고 있다. 구리.후야오위가 돋보인다. 또 중국이 조직적으로 키우고 있는 비밀병기로 천야오예(陳耀燁)3단을 주목한다. 일본은 야마시타 게이고9단이 독창적인 바둑을 둔다.

▶임선근9단=1인자 이창호9단을 추격할 최강 도전자는 목진석7단.최철한6단.조한승7단 순이다. 기보의 내용으로 볼 때 목진석7단이 올해는 크게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이세돌은 정진 여부가 변수다.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성적이 요동칠 것 같다.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의 서열은 앞서 언급한 신예들의 뒤일 것이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다시 정상에 오르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구리.쿵제.추쥔 등 알려진 강자들 말고 무명의 신예 강자들이 많다. 일본은 여전히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이 축이다.

▶김성룡8단=올해의 화두는 상승일로의 최철한6단이다. 그러나 이창호9단 다음의 2인자는 이세돌9단이다. 이세돌은 이창호의 벽을 넘어본 사람이고 다른 신예들은 넘어보지 못했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최철한이 이창호를 넘어야 비로소 이세돌급이 된다는 얘기다.

올해는 이세돌이 정상을 노리고 그 뒤를 최철한.송태곤.원성진이 추격하는 형세가 될 것이다. 원성진의 가파른 상승세도 주목의 대상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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