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호텔형 아파트' 속속 들어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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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데 테예스 과테말라 대사 부인의 아침은 은은한 모닝 커피로 시작한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프레이져 스위츠' 2층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아침 뷔페와 커피를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것. 아들 마누엘 에두아르도(12)를 이곳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태워 학교에 등교시킨 뒤, 다른 부인들과 함께 같은 건물 내에서 한국어 강좌를 듣는다.

집안 청소와 빨래.설거지는 이곳에서 알아서 해준다. 저녁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과 2층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시내 전망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거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 데 테예스는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여유롭게 가족들과 여가생활을 맘껏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을 겨냥한 호텔형 아파트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인기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전문 주거 서비스. 객실 청소.세탁.아침식사 등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면서 집같이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10~40평대까지 다양한 크기에 임대료는 월 3백만~8백만원 선. 이 같은 이점 때문에 한남동.평창동 등에서 살던 외국인들이 이들 시설로 속속 옮겨가고 있다.

'프레이져 스위츠'는 동반 가족들을 위해 매주 요가.태보.한국어 강좌 등을 열고 주말에 스키장 및 놀이공원 투어를 제공한다. 건물 내의 골프장.헬스장.수영장 등에서는 거주자와 가족들에게 무료 강습을 해준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오크우드'는 14평부터 58평까지의 객실에 DVD.초고속 인터넷.스팀 사우나 등이 갖춰져 있다. 호텔식 서비스 외에 한달에 두번씩 바비큐 파티를 열어 '사교의 장'을 마련해준다. 또 보안에 민감한 외국인들을 위해 카드키가 없으면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도록 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도미 인 서울'은 일본계 숙박객을 겨냥했다. 1백95개 객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인들을 위해 일본식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지하에는 일본식 사우나 '자쿠지'도 만들었다.

이 밖에 국내 업체가 설립한 '코아텔''바비엥' 등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서울에만 10여개가 있다.

하지만 강남의 20평대 아파트가 보증금 없이 가구 포함 한달에 1백~2백만원 정도 하는데 비해 가격이 비싸고, 일부 업체가 오피스텔로 등록해 놓고 숙박업을 한다고 해서 법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홍주연 기자<jdre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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