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초미세캡슐 뻥튀기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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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6일 국내 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제약회사가 공동으로 개발했다는 이른바「약물전달용 초미세캡슐 제조기술」의 발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연구 당사자들끼리 발표내용을 놓고 서로 다른 소리를 하는가하면 임상실험을 맡은 서울대 약대 李모교수는 이같은 발표에 자신의 이름이 허락도 없이 거론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매우 불쾌해하는 표정이다.또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수일전부터 공교롭게도 하락세이던 이 제약회사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 행진을 계속해 정보의 사전 유출과 주가조작을 의심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과학기술 연구는 그 내용이 조금 과장되더라도「과학기술에 대한애정」 차원에서 국민들이나 언론 모두 관대한 경향이 있었다.그러나 이번은 그 과장이 너무 심했던 것 같다.
당초 연구진은 이번 기술의 개발로 ▲복용한 약물이 胃에서 손실되지 않고 腸에 도달할 수 있게 됐으며 ▲약물이 목표 장기에서 오래 머물수 있도록 한 것이 획기적 성과라고 설명했다.「세계 처음」이라는 부언도 빼지 않았다.
이같은 연구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약학전문가들이 즉시『뻥튀기』라며 비난을 쏟아부었다.제약회사측 연구담당자였던 李모 전무마저『요점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이미 다른 연구진들에의해 개발된 기술이 새로운 것인양 전해졌다고 시 인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연구책임자로 참석했던 연구소의 李모 박사는『내 발표의 골자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며『기존의 기술들을 결합한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해명했다.이같은 해명대로라면 연구성과의 格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연구결과 발표 방식 역시 짚고 넘어갈 문제다.과학기술 연구는그 내용이 대부분 난해하기 때문에 이를 준비없이 접했을 경우 취재진은 물론 전문가조차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연구를 놓고 몇몇 언론사가 사전 취재에 애를 쓴 것은 좀더 정확한 기사를 쓰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그러나 연구진은 일체의 취재를 봉쇄했다.그리고 마치「깜짝쇼」하듯 마감시간에 쫓기는 취재진을 불러 연구내용을 발표했다.때문에 발 표내용의 왜곡을 사주(?)혹은 방조(?)했다는 비난이 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혹자는 이번 일을 두고 주가 급등으로 인한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걱정한다.그러나 이보다는 연구결과의 과잉홍보가 결국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하지 않을까를더 우려한다면 과민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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