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최대 두목 놓치고/검찰 한달간 “쉬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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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범 접선한다며 차 뺏아 도주/서울지검,공조수사 외면… 보안에 급급/인천지검서 재검거해 들통
공범을 잡게 해주겠다며 검사와 함께 접선현장으로 가던 전국 규모의 히로뽕 제조·판매조직 「춘풍파」 두목 이재덕씨(38·일명 이춘풍·전과 6범)가 지난달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검찰차를 탈취해 달아났으나 검찰이 이를 쉬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달아났던 이씨가 지난 1일 인천지검에 검거됨으로써 드러났다.
이씨는 경기도 양평에 대규모 히로뽕 제조공장을 차려놓고 서울·부산 등 주요도시에 판매조직까지 갖춘뒤 시가 1백80억원대 히로뽕 5.4㎏을 만들어 팔아오다 단일조직으로는 최대규모인 일당 45명과 함께 검거됐었다.(중앙일보 4일자 23면 보도)
그러나 이씨를 놓친 서울지검은 검찰의 마약단속 업무를 총괄하는 대검 강력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인천지검이 이씨를 검거할 때까지 공조수사를 벌이지 못해 보안유지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이에따라 대검은 서울지검이 이씨를 놓친 경위,내부 방조여부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탈주=서울지검 강력부 정선태검사는 10월15일 새벽 이씨를 검거한 직후 접선하는 밀매공범들을 잡기위해 수사관 2명과 함께 이씨를 데리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 모호텔 근처 밀매조직 접선장소에 도착했다.
현장에서 정 검사 등이 접선순간을 잡기위해 이씨의 수갑을 풀어주고 족쇄만 채워놓자 이씨는 수사관들을 밀치고 타고갔던 검찰 지프를 몰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씨는 차를 몰아 풍납동 중앙병원 앞에서 올림픽대로로 접어들다 반대차선으로 들어가 마주오던 승용차와 충돌사고까지 빚었다.
◇검거=서울지검과 별도로 마약사범 수사를 벌이던 인천지검은 1일 이씨가 서울 역삼동 J주유소에서 판매책과 접선한다는 첩보에 따라 주유원으로 가장한 수사관 2명을 잠복시켜 1천㏄급 오토바이를 타고 주유소에 들어서는 이씨를 검거했다.
◇문제점=서울지검이 마약조직 두목인 이씨를 데리고 출장조사를 갈때 철저한 계호조치가 필요했음에도 수갑까지 풀어주었다가 차량을 탈취당하고 신병을 놓친 것은 최근 마약사범의 급증추세에 비춰 수사가 너무 허술·안일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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