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인정 과로기준 마련/노동부/현장서 쓰러지지 않아도 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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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뇌·심장·순환기장애 포함/근로자에 유리하게 적용/연대 의대에 의뢰… 법개정키로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나 과로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기준이 처음 마련된다.
지금까지는 과로에 대한 노동부의 판단기준이 없어 현장에서 쓰러지는 경우를 제외하곤 산업재해 보상금이 거의 지급되지 않아 업무상 과로 인정범위를 둘러싼 소송이 잦았었다.
노동부는 12일 연세대의대 뇌연구소에 의뢰한 「뇌 및 심장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대한 용역결과를 이달말 제출받아 전문가들의 토론·공청회 등을 거친뒤 외국 입법례를 참조,관련 법규를 개정키로 했다.
◇평가 및 인정기준=업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뇌경색 ▲고혈압성 뇌증 ▲협심증 ▲1차성 심정지 ▲심근경색증 등 뇌 및 심장질환의 경우 환자가 평소 이 병을 앓고 있었더라도 과로로 진전된 것인지의 구별 방법 등이 사례별로 구체화돼 기준으로 정해진다.
또 ▲업무의 강도·양·성격 등이 과로와 연결지어져 구체적으로 적시되고 ▲일반적 업무와 이를 질병간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있는 의학적 규명방법 ▲업무와 발병간의 시간상 상관관계 등 기준이 마련된다.
이와함께 ▲부상 이외의 업무에서 비롯된 이들 질환의 종류와 의학적 진단방법 ▲특정업무에서 자주 발생되는 질병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명기된다.
이 기준들은 사례별로 유형화돼 노동부 예규인 「업무상 재해인정기준」으로 정해져 피해자에게 산재보험금 등 각종 급여를 지급하는 근거가 된다.
노동부는 지난 5월 과로로 인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키로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적용을 못해왔다.
◇실태=지난 한햇동안 산업현장에서 부상 또는 숨진 근로자는 10만7천명이고 올 상반기중에만 6만9천명에 이르며 지난 한햇동안 산업재해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5천1백5명에 이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뇌 및 심장질환 등 순환기 계통 성인병을 과로로 인한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지난해 3백여명의 사망자를 포함,5백40여명이 업무상 과로 산재 대상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외국의 예=선진국들은 과로로 인한 뇌 및 심장질환의 산업재해에 대해 개인별 차이가 커 구체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지 않고 발병과 과로의 인과관계만 따지는 보상개념보다 피해를 넓게 인정하는 법원의 배상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노동성 예규에 과로로 인한 질병의 임상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일선 공무원들이 산재해당여부를 결정할 때 폭넓게 인정하도록 행정지침을 정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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