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진보를 위한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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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保守란 지금의 제도.행위준칙.가치.행위양식을 그대로 간직하자는 생각을 말한다.개인이나 집단에 있어서 超時間的으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있다고 믿고,그걸 간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데서 생기는 생각이다.保守는 安定과 秩序의 기초가 된다.질서란「안정된 期待構造」를 말하기 때문이다.자기가 선택한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있을 때 질서가 유지된다.그리고 질서속에서만 앞날에 대한 設計가 가능해진다.질서가 깨지면 不安해지고,불안해지면 공포가 생긴다.
시대상황이 바뀌어 고쳐야만 할 제도나 생각.준칙을 고집스럽게그대로 지키려 할 때 保守는 反動이 되고 역사 흐름을 막는 저항이 된다.保守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에 대한 확신이 설 때 의미있는 정치사상이 되나 利己的 동기에서 시대착오 적 가치와 제도를 고집할 때 사회발전에 폐를 끼치게 된다.
進步란 시대 흐름에 따라 자기의 생각.행위양식을 고쳐나가는 것을 말한다.進步는 시대 흐름에 대한 인식이 前提되어야 의미를가진다.역사는 東으로 발전해가는데 아직 西로 간다고 착각하고 그리로 뛰면 본인은 진보라 생각할지 모르나 실제 로는 퇴보하는것이 된다.예를 들어 20세기초반까지만 해도 레닌주의는 進步的사상이라 할 수 있었으나 20세기를 마감하는 현시점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세계사의 흐름은 이미 脫레닌주의로 들어섰는데아직도 레닌주의를 고집한다면 反 動的 保守라 할 수밖에 없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는 하나의 삶의 마당,하나의 경제무대로 되어가고 있다.이제 國際化.世界化는 하나의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앞서서 국제화를 이루려는 생각과 노력은 그래서 이 시대의 가장 進步的인 생각과 노력이 된다.
만일 지금 국제화를 거부하고 쇄국을 주장한다면,그리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질서.가치.문화를 거부하고 우리 것만 고집한다면 그런 생각은 가장 反動的 保守로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현재 다른 나라와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중장년층이 오히려 국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또한 그 방향으로 노력하는 進步性을 보이는데 비해 젊은층이 復古風의 쇄국.
국수주의를 애국.애족이라고 생각하는 保守性을 보이 고 있다.세계사의 흐름에 대한 인식에서 장년층의 감각이 앞섰기 때문에 오는 奇現象이다.
새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 사회는 온통 개혁 물결에 휩싸여 있다.그리고 국민도 개혁의 當爲를 모두 인정하며 동참하려 하고 있다.다만 그 改革이 무엇을 위한 개혁이고,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 개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여론이 갈라져 있을 뿐이다.
개혁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이어야 하고,進步를 위한改革이어야 한다.그리고 국민 모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질서있는 개혁,즉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개혁이어야 한다.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무엇이 進步 인가에 대한 인식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이 21세기로의 세계사 흐름을 진단하면서 공통적으로내린 결론은 두가지다.하나는 세계가 하나의 삶의 터전이 된다는것이고,또하나는 인간 하나 하나의 삶의 質이 존중되는 세상이 되어간다는 것이다.이것은 곧 國際化와 民主化로 귀결된다.따라서우리의 개혁에서도 國際化와 民主化를 두개의 큰 목표로 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작은 목표를 세워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어느정도 국제화되어 있는가.열린 세계에 우리 사회를 接木시킬 수 있을만큼 우리의 제도를 국제화했는가.우리 의식은 외국인과 내국인을 똑같이 같은 세계시민으로 여길만큼 개방되어 있는가.다른 나라 문화를 존중할 수 있는 아 량을 우리는갖추고 있는가.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지식을 우리 국민들은 갖추고 있는가.전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무제한 경쟁에서 이겨나갈수 있는 기업과 대학.연구소를 우리는 가지고 있는가.어떻게 하면 國際化를 빨리 이룰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이 改革에서 다루어져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들이다.民主化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민주주의는 제도라기보다 정신이다.민주제도란 민주정신의 실천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제도가 민주화되었다 하더라도 정신이 민주화되지 않으면 민주화 되었다고 할 수 없다.민주주의의 생명은 개개인의 삶의 소중함을 서로 인정해주는 데 있다.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共存하기로 합의하면 민주주의가 된다.민주주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타협을 통해 전체 의 사를 결정하는 체제다.다수가 소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결코 아니며,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민주주의에 逆行하는 일이다.
***예측가능한 방법으로 민주주의는 자기 행동에 책임질줄 아는 市民들만이 이룰 수 있는 정치인데,우리는 모두 이런 市民의格을 갖췄는지 自問해보아야 한다.개혁 과제로서의 민주화에서는 민주시민 의식을 키우는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改革은 進步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진보는 국제화와 민주화에서찾아야 한다.그리고 그 진행은 기본 질서를 존중하면서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西江大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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