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영그는 바다목장 꿈-전직 원양어선 선장 이길규 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북대서양의 거센 물결을 가르며 고기를 잡던 원양어선의 선장생활에서 이제 동해안 어촌에서 바닷고기를 기르는 어민이 되었지요.』 거대한 파도와 싸우며 고기를 잡아 고국에 달러를 벌어오던 원양어선의 선장이 동해안의 작은 언덕기슭에 바닷고기를 기르는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바다목장을 꿈꾸고 있는 李吉圭씨(40.
경북영일군구룡포읍구평리20).
그는 지난해 9월 민간인으로서는 처음 희귀어종인 은어에서 4백만립(개)의 수정란을 채취해 50%이상 부화시켜 종묘생산과 양식에 성공했으며 89년부터 넙치(광어)와 참돔.조피볼락.복어등의 종묘를 생산해 다른 양식업자에게 공급하거나 자신이 직접 기르는 선진어업을 하고 있다.
경북영덕군영덕읍창포리 바닷가에서 성어기때는 고기를 잡고 바다에 나가지 않을 때는 농사를 짓는 가정의 5남매중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평생을 뱃사나이가 되겠다』고 다짐한 뒤 포항 수산전문대학 어업학과에 들어가 76년 22세의 나이로 아프리카의 라스팔마스로 건너가 원양어선의 2등항해사로 승선했다.
그는 2년만에 1등항해사가 되었고 5년후에는 3백50t급 트롤선의 선장으로 취임,1백여척의 원양선단에 끼어 북대서양을 누비며 참치를 잡아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80년초부터 세계 각국이 경제수역을 주장하고 어업량을 규제하는등 경제성이 없는 원양어업에 한계를 느껴 선진국처럼기르는 어업을 꿈꾸게 됐다』는 李씨는 85년 10년동안의 어부생활을 청산하고 기르는 어업을 배우기 위해 고향에 돌아왔다.
그 이듬해 32세의 나이로 뒤늦게 동경수산대학 어족육성학과에유학한 그는 4년동안 넙치와 돔.복어등 해산 어류의 종묘생산과생태학등 기르는 어업을 습득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89년 친척등으로부터 5천만원을 빌리고 퇴직금으로 모은 1억여원으로 동해안 영일군구룡포읍구평리 바닷가 5백평을 임대한 뒤1백30평의 양식장을 만들어 고기잡이 선장에서 본격적으로 고기를 기르는 어민으로 변신했다.
그는 90년부터 넙치를 생산,한햇동안 1억2천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이와함께 넙치의 새끼를 인공부화시켜 양식업자들에게 공급하는 종묘생산에 착수했다.
李씨는 넙치외에도 참돔과 조피볼락.복어등 일본에서 배워온 각종 기술로 5종의 종묘를 생산,양식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급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 2월 민물고기로 성질이 급해 맑은 물에서만 생존하는 무지개송어 1천마리를 가져와 처음에는 민물에 키우다가 점차 바닷물을 조금씩 넣어 1개월만에 민물고기를 바닷고기로 탈바꿈시키는(환경순치 실험)등 각 종 고기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민간인으로는 처음 은어알을 채취해 이를부화시켜 전국 양식업자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국내 최초로 횟감인「쑤기미」고기를 대량 생산해 전량 일본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大邱=金善王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