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 펜화 기행] 안동 병산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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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의 2층 누각인 만대루와 서원 앞을 흐르는 강 건너편에 병풍처럼 늘어선 병산과의 어울림은 한국 건축의 백미입니다. 2백여명이 올라가도 여유로운 만대루의 마루는 관리가 잘 돼 있어 맨발로 올라가도 편안합니다. 우리 한옥은 흙과 나무로 지었기 때문에 온돌은 가끔씩 불을 지펴 습기를 없애주어야 하고, 마루는 자주 걸레질을 해야 사람 냄새가 나는 산 집이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죽은 집이 되지요.

병산서원은 1572년 서애 류성룡이 지은 우리나라 5대 서원의 하나입니다. 서원 앞쪽에는 학문의 공간으로 만대루와 학생들의 거처인 동재와 서재, 원장의 숙소 겸 강학의 장소인 입교당이 있습니다. 뒤쪽에는 사당으로 서애를 모신 존덕사가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전학후묘'라 하여 서원의 기본 배치구조입니다.

본 그림은 전사청 마루에 앉아 입교당 후면을 바라보며 그린 것입니다. 금방이라도 사람이 나올 듯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은 관리를 맡은 풍산 류씨의 후손이 정성으로 관리를 해 살아 있는 건물로 유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질녘 만대루에 앉아 병산을 바라보면 마음은 고향 깊은 곳으로 숨어듭니다.

김영택 한국펜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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