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 당시 문공부 연구관 본사에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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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0년 언론통폐합 신군부 강압 확인/「포기각서」 원본 입수/“견본대로 써라” 협박/45사 날짜·내용 거의 동일/“거부땐 처벌”에 지장 찍어
80년 11월의 동양방송·동아방송의 KBS 통합 등 언론통폐합이 신군부세력의 강압과 협박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생생하게 증명하는 「언론사 포기각서」 원본 전부가 13년만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 문공부 홍보연구관(3급)으로 국군보안사(현 기무사) 언론대책반(반장 이상재·현 민자당 의원)에 파견됐던 김기철씨(58)는 3일 81년 1월 대책반 해체후 자신이 비밀리에 보관해온 45개 언론사 사주의 포기각서 52장을 중앙일보에 전달했다. 당시 언론통폐합을 당한 45개 언론사주들의 친필각서는 언론통폐합의 강제성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각서는 11월11일 허만일 당시 문공부 공보국장이 만든 견본을 사주들이 그대로 옮겨쓰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각서내용은 한결같이 『본인은 새시대를 맞아 국가의 언론정책에 적극 호응하여…(중략)…앞으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로 되어 있다.
3일 처음 공개된 사주 45명의 각서를 보면 ▲각서 작성시일이 모두 80년 11월12일로 되어 있고 ▲『이 각서에 의한 조치에 대해서는 민·형사소송 및 행정소송 등 여하한 방식에 의해서도 일절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고 한결같이 같은 서약문을 쓰고 있어 협박과 강제에 의한 것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밖에도 ▲통폐합되는 언론사의 양도가격은 한국감정원의 감정가격에 의한다고 못박고 있고 ▲사주 대부분이 지장으로 날인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도장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로 날인시킨 것이다. 김씨는 사주들이 각서를 거부할 경우 보안사 수사·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으며 대공처 요원에게 각서 받는 것을 전담시킨 것도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씨는 언론통폐합 과정 등을 정리해 이날 『합수부 사람들과 오리발 각서』(중앙일보사 발행)라는 책을 펴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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