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업종전문화정책 안팎-중복조정없이 모두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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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동안 논란을 벌여온 「업종전문화 정책」이 마무리됨으로써 신경제의 대기업정책이 골격을 드러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우리나라 재벌들도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계열사 한두개씩은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이런 쪽으로 노력하는 그룹에대해서는 가능한 범위내에서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 겠다는 것이다. 상공자원부측은 이번 정책을 마련하면서 그동안 재계에서 제기했던 우려를 충분히 감안했다고 설명했다.한마디로 주력업종과 주력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여신및 출자규제완화등 상당한 혜택을 볼수 있으며,주력업종에 들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율성도 최대한 존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제도속으로 30대 그룹이 들어오든 말든 일절 간여하지 않으며,그룹이 신청한 주력업종은 중복과잉투자가 우려돼도 조정없이 모두 그대로 인정한다는 방침이다.
재계에서는 그러나 여전히 탐탁찮게 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
업계의 자율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학계에서는 주력업종에 주겠다는「혜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경제력 집중,대기업에 대한 국민정서등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여러가지「벽」을 감안할 때 대출규제및 出資제한이 지금보다 그다지 완화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다.
10대그룹을 기준해 주력업종수에 차등을 둔 것도 형평성 시비를 낳을 소지가 있다.
주력업종제는 또 30대 바깥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들에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얼마간 안겨 줄 것 같다.
정부가 가장 신경쓰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책입안자들은 주력기업이라도 30대 그룹이외의 회사나 중소기업과 競合할 때는 지금보다 더 볼 혜택이나 우대조치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주력기업의 덩치를 키운다는 것이 정책목표중의 하나며 이 경우 금융등 현실적으로 한정돼 있는 資源이 이들 주력기업에더 쏠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들의 몫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정책을 마련하면서 정부가 가장 고심한 부분중의하나는 업종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점이었다.
산업의 前後方연관효과등을 고려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린 결론이 한국표준산업분류상의 73개 업종을 15개로 대분류 한 것이다.
업종의 폭이 커짐으로써 기업들의 運身幅도 그만큼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업종 분류는 현시점을 기준한 것이므로 상황이 바뀌면 적절한 조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등 소매업종도 업종전문화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이미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또 신규업종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 앞으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신규참여업종의 경우「어느 정도 경쟁기반을 갖춘 뒤」 신청가능토록 했는데 이「어느 정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업종전문화 정책이 시행되면 91년4월 도입된 현행 주력업체제도는 자동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도입취지가 거의 같은 업종전문화정책이「사실상 실패」로 판가름난 주력업체제도의 전철을 밟지 않고 우리 기업들을 어떻게 발전적으로 변화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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