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드기에 꿀벌 떼죽음-양봉업자들 집단 소송 내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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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부터 들여온 중국산 꿀벌에 묻어들어온 기생충「꿀벌가시응애」(중국진드기)가 수입벌은 물론 재래종에까지 번지며 벌통째로집단폐사하고 있어 전국 양봉농가에「중국벌비상」이 걸렸다.
양봉업계에서는 농림수산부가 질병만연지역으로 알려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금지토록 규정한 수입위생조건을 어기고 수입을 허가한데다 검역마저 허술히 해 양봉사상 최악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자들은 또 당국이 학계.업자등 전문가의 반대를 묵살하고 수입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국내가격의 3분의1도 안되는 헐값에 중국산 벌을 들여와 폭리를 취하려는 수입업자들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보상요구와 함께 집단소송 을 준비하고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에대해 농림수산부관계자는『수출국인 中國정부의 검역필증을 받고 수입을 허가했으나 양봉가의 피해가 커짐에 따라 수입위생조건을 보다 강화하고 가축위생연구소로 하여금 구제대책을 마련하도록할 방침』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해=올해 6월 처음 발견된 가시응애는 여태껏 국내에서 보고된 응애(진드기)와는 전혀 다른 기생충으로 애벌레 단계에서부터 기생,벌의 날개를 뜯어먹으며 성장해 벌통전체(통당 2만~3만마리)를 떼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또 전염성이 강해 수입벌과 국내산 양봉및 지리산.설악산등지의 재래종까지 감염됐다.
수입벌통에 묻어온 가시응애는 제주도에서부터 북상,현재 전국으로 확산된 상태며 특히 기후가 온난한 영암.무안등 전남 해안지방의 경우 90%의 벌이 폐사할 정도로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봉업자 金長春씨(37.경남합천군초계면)는『7월중순 일부 벌통이 감염된 이후 삽시간에 전체 양봉장으로 퍼져 3백50통의 벌통을 태워버렸다』고 말했다.
◇수입=91년 꿀벌수입을 개방한 이후 호주.뉴질랜드산과 함께그해부터 수입업자 5~6명이 중국산 꿀벌 9천9백81통을 수입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학계.양봉업계로부터 각종 질병이 만연한 곳으로 알려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일자 농림수산부는 93년2월1일자 농림수산부고시로「꿀벌수입위생조건」을 제정,『수출검역 개시 2년간 위해로운 응애류 (가시응애 포함)가 발생한 곳으로부터의 수입을 금한다』고 규정했으나 이를 어기고 5월까지 수입이 계속됐다.
양봉업계는 또 수입벌에 대한 검역을 담당한 국립동물검역소측이검역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가시응애가 쉽게 국내에 유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한국양봉협회(회장趙琪泰)는 10월말 전국의 양봉가를 대상으로 실태.설문조사를 벌여 피해액을 산정한후 정부와 수입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기로 했다.
양봉협회의 한 관계자는『올해까지 수입된 중국산 벌 1만통이 대부분 폐사했으며 이대로 방치할 경우 내년5월 수확기까지는 전체 60만통의 벌중 절반이상이 피해를 봐 4백억원이상의 재산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禹建錫교수(응용곤충학)는『가시응애가 겨울을 나고나면 약제에 대한 내성까지 생길 것으로 예상돼 이에대한 체계적 연구와 구제약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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