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군인사 참신성 결여-군내부서 실망분위기 팽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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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몇차례에 걸쳐 단행된 정기 軍장성 진급및 보직인사 결과를 놓고 군내에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많은 대상자 가운데 소수만을 선발하는 인사에서 어느 경우에도불만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인사는 특히 개혁을 외치는 문민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참신한」인사라는 점에서 장교들은 많은기대를 걸었으나 그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분위기 가 있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서울대 학군출신 洪淳昊준장이 진급하며 사단장으로 진출하는등 능력에 따라 장성진급이나 보직인사가 이루어진 측면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그러나 이번 인사는 육.해.공군에서다같이 「개혁」의 이름으로 새로운 군인맥을 구축하 고 있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우선 12일 발표된 내년도 육군 준장진급자 43명의 출신지역별 분포를 보면 우선▲慶南 12명▲釜山 2명등으로 경남권이 14명을 차지하고 다른 지역은▲慶北 5명▲全南 9명▲全北 1명등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대다수 장교들은 과거 TK(慶北.大邱)중심의 육군장성 분포가 PK(慶南.釜山)중심으로 뒤바뀌었을 뿐 영남우위의 극심한 지역편차는 한치도 달라진게 없다고 말한다.
이는 지난해의 경우 嶺.湖南 구성비가 13대 13으로 균등한분포를 나타낸 것과 비교해 볼 때 큰 대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 육군인사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육군준장 진급심사 시작전 군수뇌부가 심사대상자 가운데 정부고위층의 지연.학연등 연고자들을 일부러 찾아 특별배려했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육군은 올해들어 그동안 실시해 왔던 3심제에 의한 진급심사제도를 4심제로 바꾸고 새로 참관인제를 도입함으로써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그러나 새로 도입한 4심제가 기존 3심제 보다 객관성과 공정성 면에서 나아졌다고 보는 장교는 거의 없다.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주체들의 의지와 양식이다.
그래서『3심제 보다 4심제가 공정하다는 논리라면 차제에 10심제쯤 하는게 현명한 방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8일 발표된 중장및 소장진급 인사와 21일의 보직인사에서도 어떤 상식이나 원칙을 찾기 힘들다는게 군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사단장 진출자 11명 가운데 올해 처음 사단장 대열에 끼게 된 8명의 신상기록을 보면 현직 국방장관이나 육참총장등과 근무인연이 있거나 慶南高출신이 상당수 있어 결코 우연으로만 볼수없다는 지적이다.
L소장은 총장 군단장 시절에,P소장은 장관 陸本 본부사령 시절에,O소장은 장관 측근으로 각각 근무인연을 맺었는가 하면 K소장은 慶南高를,또 다른 K소장과 H소장(학군출신)은 景福高(육참총장의 모교)를 나왔다.
이들 24기 8명 가운데 준장 1차 진급자는 6共때부터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낸 K소장과 제주도 출신의 또다른 K소장등 두 명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2차,3차 진급자들이다.
또 이번 사단장 보직자 11명 가운데는 軍요직 근무당시 업무상 비리가 드러나 임기도중 야전으로 방출됐다가 한때 特檢團의 조사를 받기도 했던 장성이 끼어있어 특별배려가 있지 않았느냐는시각도 있다.
특히 제25차 韓美연례안보협의회의(SCM.11월3~4일)와 같은 중대행사를 눈앞에 두고 담당 핵심부서장인 국방정책실장(중장)과 정책기획관(소장)등 두 사람을 한꺼번에 교체한데 대해 많은 군관계자들은『도대체 무엇을 위한 인사인지 이 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군단장 나간지 1년도 안된 상태에서 이번에 정책실장의 중책을맡은 趙成台 중장(육사20기)은 워낙 韓美 군사분야에서 다양한경력을 쌓아왔던지라 이번 SCM을 진행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무국장인 정책기획관의 경우 업무진행에 큰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다.
개혁시대를 맞아 군의 탈바꿈에는 과거를 떨치는 인사가 효과적이지만 그 인사가 다수의 군에 비판적으로 보일때 개혁자체가 의문시 될수 있다.
〈金埈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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