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일의북한>37.주석권한 실질적 행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北韓의 최고 통수권자인 수령은 어디까지나 金日成이지만 金正日이 통치영역 전반에 걸쳐 권한을 행사하며 사실상 수령역할을 하고 있음은 이제 공공연한 일이다.
金正日은 지난 3월8일에 韓美양국의 팀스피리트훈련에 대응한「準戰時상태」명령(全國.全民.全軍대상)을 직접 하달하고 국제적 핵사찰압력에 맞서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선언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책결정은 최고 통수권자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인만큼 그의 권한이 국가주석에 버금간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北韓 보도매체의 金正日 동향소개및 찬양 논조가 金日成쪽보다 강화돼「뜨는 해」「지는 해」가 분명해지고 있다.
물론 金日成이 뒷짐지고 아무일도 하지 않는건 아니고 요즘도 부쩍 현지 지도를 늘리고 있지만 실무권한은「미래의 수령」에게 완전히 넘어간 상태다.
특히「준전시상태」동안 金正日이 당.국가.군의 진두에 서있다는선전이 北韓 전역을 뒤덮은 가운데 언론들은 그의 위기관리 능력과 통치력을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그에게「민족의 어버이」「자애로운 스승」등 北韓주민들에겐 낯익은 金日成동격 호칭을 쓰며 반복선전하느라 북새통이다.
심지어「위대한 수령」「태양」이란 표현까지 그에게 붙고「金正日의 노래」「金正日花」「金正日연설.담화.서한집및 전설집」,金正日찬양시및 문학.미술작품 양산등에 이어 北韓해외공관등에 金父子초상화가 나란히 내걸리기까지 했다.
지난달 20일 평양방송과 23일 노동신문은 金正日-주민관계를부모-자식관계로 주장하며「혈연적 유대의 강화」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그동안에도 그에게「어버이」호칭을 간헐적으로 사용하긴 했으나(이를테면 91년 10월28일 전국과학자대 회에서의 延亨默당시총리 보고),이번 노동신문 사설은「金正日에게 모든 운명을의탁하고 우리식 사회주의를 끝까지 지켜나가자」고 역설하는 내용을 담기까지 했다.
게다가 6월2일과 27일에는 백두산 正日峰일대에「신비한 번개」「쌍무지개」가 나타났다는 전설같은 얘기까지 동원,노골적으로 그를 신비화하고 있다.金日成에 이어 金正日에게도「신화」를 등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편 北韓은 지난해까지 金正日의「통크고 대담한」 통치스타일을선전하는「廣幅정치」라는 표현을 즐겨 썼는데 올해부턴「뜨거운 인간애를 지닌 인민의 지도자」운운하며「仁德정치」라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 조짐은 1월28일 노동신문 논설「인덕정치가 실현되는 사회주의 만세」에서 드러났는데「인민의 운명을 전적으로 책임진 수령이 인민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정치를 실현하는 통치」가 仁德정치라는 주장이다.아직 金正日이 수령 승계를 하지 않았으나 仁德정치를 베푼다고 선전,수령과 동격시하는게 올해의 분위기다.
올들어 부쩍 늘어난 金正日의 감사문 전달을 통한 충성캠페인도그 일환으로 볼수 있다.
감사문 전달모임은 각급 당원.근로자.군인들의 사기진작및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감사문을 받은데 대해 충성다짐 맹세문.편지등을 채택하는 식으로 진행된다.北韓언론들은 또 金正日명의로 전달되는 결혼상.환갑상.10갑상 소식을 떠들썩하게 전 하면서「金正日의 은덕에 충성으로 보답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그의 지도자역량을 부각시키려는「金正日의 담화.교시」관철모임도곳곳에서 열려 北韓은 온통 金正日바람에 휩싸여있는 듯하다.
「金正日이 어느곳을 현지지도한지 몇주년이 됐다」는 기념행사 개최도 이어지고 있다.청류관 현지지도 10주년 기념보고회(5월7일),조선예술영화촬영소 현지지도 30주년 기념보고회(6월5일),사회안전부 정치대학 현지지도 10주년 기념보고회 (6월26일)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金正日이 직접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빈도도 점차 늘고있다.지난2월18~22일 社勞靑 8차대회의 개.폐막식과 경축야회에 참석한 것을 비롯,▲평양시 청소년학생 집단체조관람(2월26일)▲社勞靑대회기념 교양자료 전시회장 방문(2월27일) ▲경희극『한마음 한모습으로』 관람(2월27일)▲군후방 일꾼대회 참석자면담(3월6일)▲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 시찰(3월30일)▲문화예술부문창작가.예술인들과의 좌담회(4월30일)▲전국노병대회 참석(7월23일)▲노동신문사 현지지도(9월1 9일)등이 그 예다.우리에겐 낯선 이른바「金正日의 혁명역사」라는 北韓식 교양과목이 학교교육에서 필수과목이 된데 이어 이제는 1주일에 3회씩 평양방송을 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北韓내부에만 그치는게 아니다.
在日朝總聯 선전책자『朝鮮畵報』4월호부터 그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내일을 개척하는 지도자」시리즈가 등장했고(金日成주의의 정식화〈4월〉,사상.이론분야에서 현대를 리드〈5월〉,혁명위업계승과 후계자론의 확립〈6월〉,주체문학예술론의 확립과 그 성과〈7월〉,혁명가극의 이론과 창조〈8월〉,영화예술의 새로운 창조〈9월〉,「70일전투」지도〈10월〉등),朝總聯신문『조선신보』에 전례없이 주2회 金正日지도력 선전기획보도물을 게재하고 있다(화요일「자애로운 스승,인민의 벗」시리즈, 목요일「시대의 조종간을 잡으시여」시리즈).
최근의 이러한 동향은 北韓이 핵문제.경제사정을 둘러싼 안팎의어려움속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金正日후계체제를 더 다지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金正日의 정치행보에서 눈길끄는 것은 사상.이론분야및 군사부문에서 지도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