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고3교실 어수선-수능시험 빨리 치러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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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3교실이 달라진 입시제도의 후유증에 휘말려 어수선하고 소란스럽다. 이는 2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달 앞두고 1차시험에서성적이 저조했던 고3 수험생중 미리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기때문이다.
이들 조기진학포기자의 일부는 정규수업시간에 결강이나 잡담등으로 수업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것은 물론 교실안에서 음란서적을 돌려가며 읽고 심지어 음주행패를 부려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있어 일선 교사들이 이에대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있다. 서울K고의 경우 진학을 미리 포기한 일부 하위권 학생들이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장난과 잡담등으로 면학분위기를 흐트러뜨려 일부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이용,인근 독서실에서 수험준비를 한뒤 수업시간에 맞춰 돌아올 정도다.
서울B고는 1차 修能시험이후 자율학습시간에 떠들거나 음란서적등을 돌려보는 학생수가 크게 늘어나자 평소 2명 1개조인 지도감독교사를 4명씩으로 늘려 3교대로 생활감독을 강화했고,D고는등교후 수업시간에 결강하는 학생이 매일 4~5명씩 돼 매시간 출석을 점검하고 결강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서울D고 3학년 柳모군(18)은『반에서 7~8명 가량은 원서를 내놓고도 사실상 진학을 포기한 상태이며 이들중 4~5명이 점심시간에 학교를 빠져나가 술을 마시고 돌아와 행패를 부리는등급우들의 수험준비를 방해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 다.
이처럼 수업분위기가 문란해지자 서울B고는 3학년 담임회의와 전체교무회의를 수차례 열어 이들 조기진학포기자들을 시청각실에 따로 모아놓고 교양교육과 기초직업교육을 시킬 것을 논의했으나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려워 포기하고 말았다.
또 서울S고 金모교사(36)등 많은 교사들은 다른 수험생들의피해를 막기위해 이들 포기학생들에게 양서를 선정,권유해주고 수업시간에 독서를 하는 것을 묵인하는등 편법수업운영을 하고있다.
이같은 학업공백현상은 예년에는 12월 학력고사 실시이후 발생해왔으나 올해부터는 修能시험이 새로 실시되면서 정규교과과정을 마치기전인 8월에 1차시험이 치러지기때문인데 일선 교사들은 학급당 조기포기자가 5~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 하고있다.
서울배문고 宋호선교사(35)는『전체의 30%정도 학생만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속에서 나머지 70%를 위한 교육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라며『이들이 조기에 좌절하는 것을 막기위해서라도 修能시험을 정규교과과정이 끝나는 12월이후에 실시하 는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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