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속예술경연대회 임동권 심사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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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민족의 멋스런 특징은 아무래도 집단적으로 뿜어내는 신명이 아닐까싶다.
성정이 은근하되 끈기가 있다느니 情恨이 많다느니 말하는 것은오랜 역사의 질곡이 심어준 後生的 특징으로 보아야한다.
그 인내심과 情恨의 잠재의식 밑 무의식의 세계에는 여전히 맥동치는 대륙의 피,곧 한국인 심성의 원형질이 살아숨쉬고 있으리라. 88올림픽에서 선보인 바 있는 고싸움놀이의 그 장쾌한 모습은 대륙민족의 기상이 없고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민속놀이의 한例다. 지난 6~8일 淸州에서 열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장에서 누군가가『지구상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노는 민족은 우리 뿐일것』이라며 어깨를 들썩이며 농을 했는데 그 시끄러움,날라리의 高音과 북과 장구,꽹과리와 징의 연속打音 속에서 집단으로 감겨 돌아가는 신명이야말로 그 옛날 한국인의 본래 모습이었다.
풍년을 빌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축제의 민속은 물론이려니와 노동의 고달픔이 주는 恨조차도 興으로 바꿔내는 슬기는 한국인의 신명만이 만들어내는「대전환의 예술」이 아닐 수없다.
산업화과정에서 외래문화의 밀물에 밀려 그 멋진 우리의 민속놀이가 박제화.화석화되어가는 요즘이다.
『문화는 각민족의 역사.자연풍토 속에서 형성된 것이니 당연히개성이 다르지요.그런데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것에 대해 무지한채로 외래문화에 몰입돼있으니 이러다간 나중에 한국인의 正體性마저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원로민속학자이자 이번 민속예술경연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任東權씨(67.中央大명예교수)로부터 우리 민속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개막식때 보니까 관중석의 반이상을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 중.고생들이 차지했다가 개막식후 우르르 빠져나가던데 각급학교가 교육차원에서 관람을 권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민족전승문화에 관한 현장교육은 지금 학교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습니까.그런데 막상 공연에 들어가니 다 빠져나가는데 민망할 뿐만 아니라 화도 치밉니다.시민들의 적극 관람도 중요하지만 민족문화전승이란 후세들에게 우리문화 의 독자성을 인식시키는게 1차작업이므로 교사나 학부모들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전통민속놀이란 발굴.복원도 중요하겠으나 이를 요즘 사람들 사이에 대중화하는 방안이 더 중요할듯 한데요.
『민속놀이의 발굴과 복원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후세사람들에게까지 이를 계승시키자는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계승이 대중화의 출발이 되겠는데 그러자면 각 시.도에서 적극적으로 향토문화제등을 지원하고 또 시.도별로 상설공연장등을 마련하여 국민들이 늘 보고 배울수 있게 해야됩니다.
현재 남도문화제니 강원문화제니 해서 민속행사가 계속되기는 합니다만 場을 크게 벌이는데 쓸 돈이 없어요.
전국체전에서는 예산을 수십억원이나 쓴다고 들었는데 이번 전국민속대회에는 예산이 그 10분의1도 안될겁니다.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시민교육이 체육대회보다 덜 중요하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못할 겁니다.』 任교수는 그러면서 88올림픽을 예로 들었다.
당시 개막식 행사에서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낸 역동감 넘치는 고싸움놀이나 폐막식때의 답교놀이를 변형한듯한 공연등이 다 민속놀이 발굴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는것이다.
체육선수가 열심히 운동한 결과 금메달을 따 국위를 선양한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 또한 어떤 의미에선 그 이상으로 국위를 떨치는데 기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올림픽공연을 말씀하셨는데 그때의 공연형식처럼 너무 원형보존에만 집착하지 않는 민속공연,다시 말해 전통민속놀이의 예술성 제고나 현대화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민속예술은 두가지 방향에서 다뤄야 합니다.첫째는 원형보존이고 둘째는 재창조입니다.
원형보존은 문화재차원에서 다뤄야하고 재창조는 시대의 가치관이나 세태에 맞게 재구성되어야 합니다.따라서 재창조의 경우엔 현대예술과의 접목도 필요합니다.
그러므로민속예술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현대감각을 잃지않아야민속예술의 대중화를 앞당길수 있겠지요.
또 현대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우리문화에 대해 투철하고도 따뜻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외국 것을 모방하지 말고「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을 경구로 삼아야 할 겁니다.』 -대규모 집단놀이 말고도 개인 또는 가정에서의 민속놀이도 많지요.
『민속놀이란게 원래 가정단위.마을단위로 전승된 겁니다.
윷놀이.승경도놀이.장치기.널뛰기.쌍육.연날리기.자치기.원놀이.농악등 참 많습니다.
이런걸 잘 개발해서 성행하게 할때 어릴적부터 우리것에 대한 인식이 싹트는 겁니다.』 이와함께 任교수는 세시풍속의 멋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시풍속은 한민족의 절기에 따른 생활과 그 생활에서 유희까지찾는 슬기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한복이 설날등의 儀服취급이나 받고 명절연휴때 TV가 연예인들의 경망스런 놀이판이나 되는 현실이 자못 개탄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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