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부입김 강화에 서구 긴장-유럽 안보체계 변혁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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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舊蘇聯 붕괴 이후「종이 호랑이」신세로 전락했던 러시아군부가 이번 러시아 사태로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강화하게 됨에 따라 벌써부터 西유럽이 긴장하면서 유럽안보정책의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즉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로 존립자체가 유명무실해져가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재조명 받고 있으며,東西냉전체제 붕괴 이후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던 안보정책 문제가 다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고사태를 계기로 유럽의 안보문제가 제기돼 그간 논의가있긴 했지만 국지적 종족분쟁의 성격이 강한 유고사태에 대해 사실 西유럽은 그다지 긴장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러시아군부 실세가 재등장함에 따라 東유럽은 물론 西유럽에도 민감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고,적어도 군사.안보정책면에서는 어느 정도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東西냉전체제 붕괴의 구체적 증거로 간주돼온 유럽재래식 무기감축협정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변화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지난주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남서부 코카서스지역에 이 협정의 허용한도보다 많은 탱크.중화기의 배치를 요구하면서 서방측에 이해를 구했다.러시아는 나아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 협정을 탈퇴하겠 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코카서스지역과 인접해 있는 터키는 물론 나토회원국과 이 협정에 서명한 동유럽 국가들까지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특히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된 이후 그동안 안보공백상태를 맞고 있던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등에서 는 이를 계기로 나토가입 압력이 거세게 일고 있다.나토의 안보우산에 의해러시아의 군사위협으로부터 보호받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대통령취임후 처음으로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를 순방한 옐친대통령은 당시 이들의 나토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러시아의 고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입장으로 돌아섰다.이같은 갈등과 관 련,만프레트뵈르너 나토사무총장은 6일『아직 결정된 사항은 하나도 없으며 내년 1월 나토정상회담때까지는 이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의견이 존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東西협력체제가 과거의 東西냉전체제로까지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 낙관론이다.그러나 한스 디트리히 겐셔 前獨逸외무장관은 東유럽국가의 나토가입문제를「소리내서」다루지 말고 가급적이면 舊바르 샤바조약기구동맹국들도 가입하고 있는 북대서양협력회의를 활성화하는등 러시아,특히 러시아군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것을 당부하고 있다.이는러시아가 얼마전과 크게 달라졌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이처럼 군부의 실세화로 달라진 러시아가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전통적으로 러시아 군부가 北韓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이같은 국제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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