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문대 접수창구 ' 찬바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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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4일 오후 대구 모 전문대학 입시 창구.

창구 앞에 마련된 40여평의 대기장소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 썰렁하기 짝이 없다.

창구 직원은 "접수된 지원자 수를 말할 수 없다. 하루 10여명도 찾지 않는다"고 힘없이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전문대들이 이달 초 일제히 정시모집에 들어갔으나 원서접수가 극히 저조, 학교 관계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대구 K대의 경우 19일까지 1천5백여명을 뽑지만 14일 현재 9백여명이 접수됐다. 이 대학 입시홍보팀장(40)은 "이 추세라면 올해도 모집정원을 채우기 힘들 것같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지난해 충원률은 40%선.

19일까지 정시에서 1천6백여명을 모집하는 Y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예년 같으면 3대1의 경쟁률을 넘길 때지만 14일 2천여명이 지원, 1대1을 겨우 넘겼다.

또 다른 대학의 한 관계자는 "수시모집 때문에 지원률 저조는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예상보다 더 저조하다"고 말했다. 전문대의 경우 여러 대학에 복수지원이 가능, 경쟁률이 3~4대1은 돼야 정원을 채울 수 있다.

지역 전문대는 대체로 지난해 정원의 50~60%만 충원했고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과는 폐지되기도 했다. 지원이 저조하자 대학들은 교수.직원을 연고지 학교로 보내 학생 유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모대학 최모(44)교수는 "고향인 경남의 군지역을 맡고 있는데 성과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문대 입시창구가 예년보다 더욱 썰렁해진 것은 근본적으로 고3 수험생이 대학 정원보다 부족하기 때문.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백56개 전문대는 모집정원의 17.6%인 5만1백72명을 채우지 못했다. 올해 지역의 고3은 6만6천여명으로 지난해보다 6백명이 줄어들었다.

전문대 관계자들은 "4년제 대학이 실업계 고교생을 대거 뽑거나 수능 미응시자를 선발하는 등 전문대 영역을 침범하는 것도 전문대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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